현대의 5가지 아동관 (아동관의 정의) : 그림책을 통해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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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어른들은 어린이를 어떤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을까요? 아이들에 대한 인식, 즉 아동관은 아동 개개인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아동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 이슈들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현주소를 파악하고 더 사려 깊은 아동관을 갖추는 일은 현대의 아동권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른들이 아동을 보는 눈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아이들에게도 중요한 매체인 그림책을 통해서 그림책에 드러나는 아동관을 살펴봅니다.


그림책에 나타난 아이를 보는 시선들


창작 그림책에 나타난 아동 인물이 어떤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아동관을 파악하는 데 목적을 둔 재미있는 연구 논문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림책에 나타난 아동관을 파악하는 일은 현시대가 인식하는 아동의 이미지를 확인시켜 주고, 나아가 아동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과제가 된다.’ p.2


본 연구는 2021년의 베스트셀러 그림책 중 아동이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총 28권의 그림책이 선정하고, Mills와 Mills(2000)와 Murris(2006)가 제시한 아동관 유형들을 분석 기준으로 하여 아동관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5가지 아동관(선한 존재, 발달하는 존재, 권리를 가진 존재, 구별되는 존재, 취약한 존재)을 제시합니다.


아래에 정리한 글은 본 논문을 발췌하여 요약, 정리한 내용입니다. 논문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아동관이란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고, 기존 연구에서 발견된 아동관을 살펴본 후, 그림책에서 직접 추론한 아동관에 대해 말하는 순서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참고 논문: 김수빈 (2020). 창작그림책과 아동관.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아동청소년과 석사학위 청구논문.


(사진 출처: 직접촬영)


아동관이란 무엇인가?


아동관의 정의

아동관이란 개인 혹은 사회가 아동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지에 대해 갖는 견해를 말합니다(권동택, 1998). 이러한 아동관은 사회·문화적인 산물로서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특정 사회에서 성인이 아동과 상호작용 과정에서 생기는 신념이나 가치체계이기도 합니다(권동택, 1998).


아동관의 변화

아동관은 여러 세대를 거쳐 계속 변화합니다. 아동기 인식에 중요한 전환을 제시한 필립 아리에스(Philippe Ariès)에 따르면, 중세 사회에는 아동기에 대한 인식이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16세기와 17세기에 학교와 가족의 개념이 발달하면서부터 아동기와 성인기를 구분하게 되었고(Mayall, 2013, p.16) 18세기에 이르러서 비로소 아동기를 인간의 삶에 있어 뚜렷하고 특별한 단계로 여기기 시작하였습니다(Jones & Powell, 2005, p. 152).


아동관의 종류

Murris(2016)의 저서인 『The Posthuman Child』에서 David Kennedy(2006)는 아동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아동과 아동기 개념의 해체’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 변화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그는 우리가 아동에 대해 갖는 다양한 상상 속 이미지들을 지도화(mapping)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혹은 학자마다 아동에 대한 인식이나 아동을 생각하는 가치는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순진무구한(innocent)’, ‘악한(evil)’, ‘무지한(ignorant)’, ‘발달하는(developing)’, ‘자신의 권리를 가진(a persons in their own right)’, ‘다른 집단의 일원(members of a distinct group)’, ‘취약한(fragile)’ (Mills & Mills, 2000; Murris, 2016).


각각의 내용들은 아동을 인식하는 관점에 있어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며, 아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접근방식에 따라서 아동의 존재는 더욱 다양한 형상으로 그려질 수 있습니다.


아동관의 중요성

아동관은 아동의 개념에 대한 인식적인 측면으로, 실제 사회에서 아동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아동관은 사회·문화적인 현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백혜리, 2003). 아동에 대한 단편적인 접근과 인식의 부족은 아동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을 저해하기 때문입니다(남미, 2020). 이처럼 한 사회에서 아동을 인식하는 관점은 아동과 관련된 사회, 정치, 문화, 교육 등 여러 가치 판단의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남미, 2020; 백혜리, 2003), 그 사회의 아동관을 파악하는 일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특히 성인으로 자라는 과정에 있어서 아동에게 교육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전에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능력이 부족하고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아동을 단순히 교육의 대상자로만 볼 것인지, 혹은 능력 있는 주체자로 볼 것인지에 따라 교육의 가치는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구수연, 나성식, 2011). 


아동관에 대한 이론

아동관의 대표적인 유형

*Mills와 Mills(2000)가 제시한 아동의 형상들 및 아동관의 유형들을 참고하여 정리하였습니다.


  • 성인의 축소판

필립 아리에스(Philippe Ariès)는 저서 『아동의 탄생』에서 당시 중세 사회에서는 아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몸의 크기만 작을 뿐, 성인이 갖고 있는 모든 심리적 특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권동택,2010). 성인과 같은 존재로 인식한 이 관점에서 아동은 특별한 권리나 대우를 받기에는 어려운 존재였고, 단지 작은 성인(small adult)으로 인식되었습니다(남미, 2020).


  • 악한 존재

청교도들에게 있어서 아동은 본질적으로 죄악을 지니고 태어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보았습니다(Murris, 2016). 이러한 아동에게 개입은 본질적으로 타락하거나 선천적으로 쉽게 부패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구원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이때 교육의 선호 방법은 ‘주입식’이었고, 교육적 맥락에서는 ‘훈육, 엄격함, 단호함’과 같은 행위로 아이들의 확립된 사고 체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 백지와 같은 존재

아동의 본질적인 원죄나 선험적인 지적 소유를 모두 부정하는 것으로 철학자 John Locke(1693)에 의해 제안되었습니다(백혜리, 2005). 아동은 무지한 존재이기에 합리성, 지성, 이성과 같은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경과 경험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Murris, 2016)
 

  • 선한 존재

Rousseau(1712-1778)는 아동이 선한 본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남미, 2020). 교육은 아동의 필요와 요구, 본질적인 성향과 흥미에 맞게 이루어져야 하고(홍순정, 2013), 가능한 한 적은 개입으로 그들의 본성이 자연스럽게 펼쳐질 수 있어야 하며, 천성적으로 순수한 ‘내면의 아이’를 잘 보호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Murris, 2016).


  • 경제적 가치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아동의 모습을 조망합니다(백혜리, 2005). 17세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인해 아동 노동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아동은 한 가정의 자산으로서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된 ‘선’의 존재로 보는 아동관이 확산되면서 아동과 노동의 분리에 대한 인식이 퍼지게 되었고, 사회적 계급의 분열과 불평등으로부터 아동을 구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남미, 2020).


  • 발달하는 존재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는 생물학적 발달이 인간 발달에 중심이라고 보았습니다(Murris, 2016). 그에게 아동은 ‘미완성(unfinished)'의 단계이며, 성인이 될 때까지 아동은 무지하고, 비이성적이고, 미성숙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Murris, 2016). 아동을 성인과 다른 존재로서 인식하고 그들을 진지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고(남미, 2020), 그들에게 예정된 발달 단계들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올바른 환경과 문화가 뒷받침될 수 있어야 합니다(Murris, 2016).


  • 자신의 권리를 가진 존재

현대 사회에서 가장 보편화된 아동관으로, 자신의 권리를 가진 실존적 인간으로 바라보는 입장입니다(남미, 2020). 이는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특징과 각각의 아이들이 지닌 진실성, 독특성, 가치를 강조하는 아동기의 관점을 나타냅니다(Mills & Mills, 2000). 성장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 의해 명백히 관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아동 자신의 권리로서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며, 따라서 성인은 이들의 권리와 주장이 잘 표출될 수 있도록 친숙하고 수용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Mills & Mills, 2000).


지금까지 언급된 아동관 이외에도 ‘구별되는 구성원으로서의 아동(children as members of a distinct group)', ‘취약한 아동(fragile child, child as vulnerable)', ‘공동체적 아동관(communal child)’ 등 더 다양한 아동관들이 존재합니다. 


한국 전래동화에 나타난 전통적인 아동관


김경철, 채미영(2001)은 한국의 전통적인 아동관을 탐색하기 위해 아동이 등장하는 47편의 전래동화를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성인과의 관계 속에서 아동은 성인에게 순종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관점이 가장 많이 나타났으며, 아동을 성인과 동등한 존재로 보는 관점도 상당수 나타났습니다. 소수의 경우지만 아동이 성인보다 우위에 있는 관점은 전래동화에만 나타나는 아동관으로, 때로 아동은 역경을 극복하고 성인에게 교훈이나 깨달음을 주는 존재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아가 여아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지며 부모와 노후를 책임지고 가계를 계승하는 존재이고, 반면 여아는 의존적이고 희생적이며 소극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아동은 노동력으로서 가치를 지닌 존재로 가사 노동과 생산 노동에 참여하였고, 가문의 미래를 위한 기원의 대상으로 아동의 장수, 선행, 형제간에 우애, 부모에 대한 효도, 지혜로움, 입신양명, 그리고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소망하였습니다.


그림책에 대한 이론

그림책의 특징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조합으로 이야기나 정보를 전달하는 도서입니다. 그림책에서의 글과 그림은 두 가지 기호로 상호작용을 하며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내고, 많은 그림책 전문가는 이것을 하나의 특별한 예술 형태로 바라봅니다. 그림책은 다른 도서에 비해 글이 짧고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아동이라 할지라도 아동은 그림의 도움으로 이야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이 시기의 긍정적인 경험은 이후에 책을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공인숙 외 3, 2013, p. 79). 


(사진 출처: 직접촬영)


그림책의 현실 재현

재현이란 “작품이 세계를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가 하는 미학적 관점과 연관된 용어”입니다. 이때 문학적 재현에서 세계를 묘사한다는 것은 어떤 현상의 실체나 본질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된 개인의 생각이나 믿음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채운, 2009, p. 28-29). Terry Eagleton(1986)은 그의 저서 『문학이론 입문』에서 “문학작품은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수단이자 사회적 리얼리티의 반영이며, 시대를 초월한 진리의 구현체다”(신두호, 2019, 재인용)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즉, 문학작품의 재현은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결과물이고, 이를 통해 현시점의 문제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관점들이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신두호, 2019).


그림책에 나타난 5개의 아동관



본 연구에서 연구자는 국내의 베스트셀러 창작 그림책이 투영하는 아동관을 미리 설정된 유형에 따라 분류하였습니다. 그 결과 선한 아동, 발달하는 아동, 자신의 권리를 가진 아동, 구별되는 구성원으로서의 아동, 취약한 아동 등 5가지 유형의 아동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를 논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선한 아동’의 관점이 드러난 작품은 총 6권입니다. 『언니와 동생』에서는 동생의 모든 일에 관여하고 매사에 하나씩 가르쳐주려고 하는 언니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들판에서 자연을 온전히 느끼는 동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Rousseau의 자연주의 사상에 일치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는 『에밀』에서 기존의 교육제도가 이기적인 인간만을 양산하는 데 적합하다고 비판하며 아이는 짐승이어서도, 어른이어서도 안 되며, 단지 아이여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신혜순, 2019, 재인용). Postman(1983) 역시 아동은 타고난 권리가 있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이해심, 호기심, 자발성에 대한 능력을 가진 존재이기에, 성인의 가르침과 통제가 오히려 그들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든다(Mills & Mills, 2000, 재인용)고 하였습니다. ‘선한 아동’이라는 아동관은 성인이 아동의 삶을 파악하고 보호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지만, 순진무구한 아동의 세계와 그 본래의 모습을 지켜주고 필요할 때 촉진해 주는 것이 바로 성인의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Murris, 2016). 


둘째, ‘발달하는 아동’의 모습을 담은 작품은 총 10권이었으며, 가장 많은 작품이 이 아동관에 해당하였습니다. 그만큼 아동이 발달하는 존재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손가락 문어』, 『문어 목욕탕』, 『오싹오싹 당근』,『오싹오싹 팬티!』, 『우로마』에서는 아이가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에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입니다. 어떤 문제나 갈등 상황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경험하는 다양한 도전과 시행착오는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동이 어떤 일을 스스로 계획하거나 적극적으로 수행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속성을 아동의 ‘주도성’으로 정의한다고 보았을 때(김세희, 김민화, 2007), 위 작품들은 모두 아동의 주도성을 보여주며, 심리 사회학적 발달 이론을 제시한 Erikson 역시 주도성을 인간 성장 과정의 특징 중 하나라고 보았습니다. 


한편 주변 인물이나 환경의 도움을 받아 발달하는 아동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도 있습니다. 선생님, 부모, 혹은 동물이 아이의 성장에 큰 버팀목이 되어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그림책 분석 연구가 밝힌바,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것은 아동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믿고 지켜봐 주는 부모와 위기 상황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친구라는 것(이혜수, 최문정, 김민정, 2017)과 성인이 아동에게 보여주는 긍정적인 문제 해결 방식의 태도가 바람직한 모델링의 역할을 한다(채송아, 현은자, 2020)는 주장과 관련지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동은 내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주변의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고 이로써 더 나은 존재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셋째, ‘자신의 권리를 가진 아동’은 총 5권의 작품에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잘하는 것 혹은 싫어하는 것이 있고,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거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며, 제시된 환경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하고 개척할 권리가 있었습니다. Mills와 Mills(2000)는 Waksler(1991)의 사회학 저서에 언급된 말을 인용하였는데, 그의 관찰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완전한 사회적 존재로 그들 자신의 문화를 창조하고 유지할 수 있고, 그들은 반드시 어떤 모습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기대에 언제나 일치하지만은 않는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Waksler(1991)는 아동기 경험의 힘과 질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동기의 세계로 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어른과 어린이의 관점, 어린이 세계의 진실성과 타당성에 대한 적절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동은 어떤 기대에 맞추어 성장하는 존재가 아닌, 그들만의 권리를 가지고 특별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고, 아이에게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그 존재 자체로서의 특성과 가치를 발휘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Mills &Mills, 2000).


넷째, 아동은 성인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는 ‘구별되는 집단의 일원’이라는 관점은 총 4권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더지의 소원』에서는 눈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마음을 나누어 주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어린이의 물활론적인 사고체계와 순수한 동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황선미(2005)는 어린이는 직관을 통해 놀라움을 표현하고 문학적으로는 새로운 사유와 모험, 혹은 미지의 세계로 내딛으려는 힘이 작용한다고 했고, 이러한 사고체계는 피아제(Jean Piaget)의 인지발달 이론 중 3~12세에 첫 단계로 나타나는 아동의 사고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정민(2013)은 동심은 아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어른 안에도 잠재해 있으며 인간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미학이자 본성이라고 언급하였습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장수탕 선녀님』에서는 상상의 세계에서 상상 속 인물들과 함께 놀이하는 아동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괴물 나라의 왕이 된 맥스는 괴물들을 다스리고 그들과 함께 소동을 벌이는 놀이행위를 보여주고, 『장수탕 선녀님』에서는 덕지가 우연히 만난 선녀 할머니와 즐거운 냉탕놀이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두 가지 상황은 모두 아동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만족감을 환상의 공간을 통해 이루어낸다는 공통점을 보입니다. 이처럼 아동은 놀이를 통해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원망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김경희, 1986; 황선미, 2005). 이처럼 어린이라는 대상은 세계 인식에서부터 성인과 다른 지점에 있습니다.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모습, 꾸밈과 거짓 없는 참되고 순수한 마음, 그리고 자유로운 놀이 상황 속에서 삶의 기술과 지혜를 얻게 되는 모습들은 모두 성인의 집단과는 구별되는 그들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아동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사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매우 요구됩니다(Mills & Mills, 2000).


다섯째, ‘취약한 아동’은 총 4권의 그림책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작품에 나오는 아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옆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어떠한 상황으로 인해 아이는 기존의 생각을 깨뜨리고 좀 더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로 자신의 존재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Murris(2016)는 20세기 초부터 교육은 정상 아동의 개념과 발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교육 연구에서는 ‘활동저하 및 과잉행동, 낮은 지능과 높은 지능, 내향성과 외향성, 그리고 이외의 여러 편차 등’과 같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고 말하고 이에 따라 진단이나 치료와 같은 부분이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취약한 아동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고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한 아이와 동등하게 그들만의 잠재력이 있고 책임감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면적 모습은 아동이 보호자 및 전문가의 도움이 적극적으로 요구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잘 판단하고 아이가 가진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제시합니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선한 존재, 발달하는 존재, 권리를 가진 존재, 구별되는 존재, 취약한 존재로서의 아동관은 서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아동은 필연적으로 성인의 보살핌과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