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erences]지그문트 바우만, <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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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구분이 모호한 세상을 살고 있다. 우리의 정신은 간편한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현실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접속하며, 점점 짧고 강렬한 자극과 소비에 길들여진다. 동시에 현실 세계에 남아 있는 몸에 대한 감각은 점점 잃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 자신이 오롯이 존재하는 방법을 모른 채, 많은 이들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즉 총체적으로 병들고 있다. 같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타인에 대한 감각, 관계의 지혜, 상호돌봄의 가치도 배우지 못한 채, 우리의 ‘반지성적인’ 몸은 온갖 폭력과 차별, 혐오를 방치하고 재생산하고 있다.

                   

도덕성과 윤리. 몸에 대한 온갖 폭력, 억압, 차별, 혐오, 배제 같은 문제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걸 어떻게 따로 떼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 우리가 근본적으로 몸을 어떻게 취급하고, 바라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가. 우리 교육은 몸을 중심으로, 생명으로써 몸을 중심으로 다시 써야한다.

                   

“한나 아렌트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책임이 “표류”하고 있으며, “책임이 주인을 잃어버렸다”고 노골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죠. 그 누구도 사회적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습니다.‘액체 근대’ 속에 내던져졌다는 미명 하에, 이러한 책임의 부재는 더욱 명백하고 분명한 진실이 되고 있어요. 먼 옛날, 집단적 실천을 꾀했던 이들의 과제는 약자들에게는 제한된 선택권을 주면서 책임의 무게를 그들의 어깨로부터 덜어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정확히 그 반대가 되었지요. 따라서 힘없고 소외된 약자들은 자기 결단과 해방을 무기로 삼아 거대한 위험을 무릅쓰고자 하는 책임의 소명을 발명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 출신의 위대한 프랑스 철학자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는 “민주주의 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교육기관으로서, 시민들이 끊임없이 자기 학습을 하는 곳”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이전과는 다른 삶의 양식과 사회적 비전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진정한 배움이란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결단이며, 견고한 지평을 뒤흔드는 도전이어야 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바로 이 지점에 희망이 자리하는 것입니다. 시대는 끊임없이 바뀌지만 그 속에서 누군가는 끝없이 파도를 거슬러 헤엄치고자 노력했고, 당대의 지배적 사유를 거스르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지요. 역사상 가장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지금, 우리는 혁명적 배움과 삶의 기술을 체득하여 닿을 수 있는 미래를 향한 희망의 싸움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