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 상상도 못했어요, 이런 움직임을 하게 될 거라고는

6월 25 업데이트됨

<도약의 기술>


‘도약’하면 떠오르는 것은-. 더 높이 뛰어오르는 거, 더 위로 나아가는 것. 그 중에서도 같은 목표점을 향해서 뛰어오르는 모습이 내 머릿속에 상상되곤 했었다. ‘몸을 쓰는 월담에서의 도약은 점프이려나?’, ‘그럼 하루 종일 뛰어다니게 될까?’, ‘나는 어디까지 가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도약의기술 인텐시브 워크숍을 하러 갔다.


이날 워크숍을 하며, 또 워크숍을 마치고 나에게는 도약의 새로운 정의들이 추가되었다. 같은, 정해진 목표를 향해서가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뛰어오르기를 하는 것. 목표는 위일 수도 있고, 옆일 수도 있고, 멈춰있던 나를 움직이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다. 혼자일 수도 있고, 여럿이 함께일 수도 있다. 뛰어오르는 순간과 뛰어올라 만나게 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뛰기 전의 내 상태와 뛰기 위한 준비 또한 도약에 포함되고 중요하다는 것.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정해진 목표치에 가려 보지 못했던 것들을 몸으로 도약해보며 만나게 되었다.


- 배꼽 중심 느끼기.

몸을 열며 배꼽 중심을 느껴본 시간. 배꼽에 집중을 하며 팔과 다리를 움직여보는데 배꼽에서부터 오른쪽 발로, 배꼽에서부터 왼쪽 발로, 배꼽에서부터 오른쪽 팔로, 또 왼쪽 팔로 실이 이어져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처음 느껴본 거였다. 팔이 움직이는 데 몸통에서도 감각이 느껴지다니! 머릿속에 이미지와 함께 몸으로 느껴지는 것이 참 신기하다.


- 몸 탐색_해부학적(?) 설명

인텐시브의 특별한 구성중 하나, 해부학 관점에서의 몸 살피기. 발과 발가락 하나하나 관절들부터 몸속의 장기, 횡격막, 힘줄 같이 몸속을 살펴보며 느껴봤다. 내 속에 있는지도 몰랐던 곳들을 알게 되고, 존재 자체를 몰랐기에 잘 쓰지도 못했던 곳들을 인지하고 깨워주었던 시간. 해부학적 설명과 함께 몸 안내를 받으며, 움직임을 하는 데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몸을 알아가는 건 참 기본중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부학은 의사나 무용수, 혹은 물리치료, 마사지 같은 걸 하는 사람들이 이론을 이해하기위해 공부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피부로 느낀 시간이었다. 사실 그 어려운 용어들은 다 내 몸의 요소들을 부르는 이름이었고, 자세히 그려진 몸의 그림들은 내 몸이기도 했다.

몸을 쓰며 살아가고 몸을 움직이며 사는데 들어도 느껴지지 않는 내 몸을 마주하는 순간이란..! 그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지냈다는 것을 동시에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조금 더 깨어났으니까. 몸에 대한, 나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으니까!

그리고 그건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이 느꼈나보다. 다들 몸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느끼고 인지하려고 했던 것 같다. 슬미 언니의 말이 기억에 남아있다. “발가락 감각 하나하나 깨워준 것이 되게 좋았는데.. 아까 나 속으로 이랬어요. ‘새끼발가락 괜찮아?’ 그러고 ‘어!! 나 괜찮아!’ㅎㅎㅎ”

- 약간 낮은 구름 담_벽 딛고 도약, 스스로 질책하지 않는 것.

벽을 딛고 담 위에 몸을 올려보는 것, 벽을 디뎌보는 거. 저번 월담 워크숍에서도 했었지만 이번에도 잘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왜 자꾸 벽에서 발이 미끄러지고 팔은 힘이 부족해 힘들어 하는지. 한번, 두번 뜀과 동시에 내 속에서 답답함과 화도 함께 커져간다.

그 때 들렸던 리조의 말. “몸한테 ‘왜 안되는거야?’하며 화내지 말고, ‘우리 한번 해 볼까?’하며 해 보세요.” 협업하며 즐겁게. 방금까지 나를 질책하고 답답해하고 있던 내가 보였다. 그 얘기를 들으니 차는 느낌이 아니라 딛는다고 생각해 보라고 했던 말도, 전 월담 워크숍에서 들었던 ‘벽에 발을 디딜 판이 나와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했던 얘기도 떠오른다. 다시 재정비가 되고 뛸 수 있었다. 조금 나아진 느낌이었지만 새끼발가락까지 반응하며 벽을 딛는 것이나 단단히 벼텨주는 팔 힘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느껴진다. 하지만 화가 나는 게 아니라 호기심과 의욕이 생긴다. 그리고 벽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걸, 평소에 너무 쉽게 스스로를 질책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외모나 성격 등등.. 사실은 비교 대상이 있고, 그것과 나를 비교하는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익숙하게 베어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며 미안하고 무서웠다.


- 공유동 앞마당_나에게 맞는 움직임

나는 장애물을 뛰어넘는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 넘어질 수도 있을 정도로 멀리 뛰어보는 것 들을 잘 안했다. 두렵고 무서워서, 나무위에서 노는 애들이 부러워도 쉽게 나무에 올라가지 못했고 높은 곳에서 중심을 잡는 미션놀이 같은 것은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금 파쿠르 워크숍을 즐겁게 참여하고, 두려웠던 것들도 시도 해본다. 볍씨학교 제주학사에서 나 스스로 내가 만든 틀 안에서 산다는 걸 알아가면서 나를 깨는 나날들을 보내며 내 성격이나 마인드가 바뀐 것도 물론 있지만(그래서 처음, 파쿠르 워크숍에 참여하는 게 가능했던 것 같기는 하다.) 또 다른 중요한 지점이 있다. 각자의 몸이, 나의 몸이 그대로 존중을 받는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 모든 몸에게 같은 각도나 높이, 자세를 요구하지 않는 것. 어떤 자세나 기술과 비슷한 모양새가 나오는 것이 목표가 아닌 내 몸에 대한 이해부터 나에게 맞는 각이나 높이, 자세를 느껴보고 찾아가는 것. 도약의 기술 워크숍을 하면서 그 지점이 많이 느껴졌다. 정해진 자세나 리듬이 안 나오면 불안해하거나 스스로를 질책하지 않아도 되는 몸쓰기 이기에 더 재미있고, 내 몸을 스스로 볼 수 있고,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처음 점프를 할 때, 나에게 맞는 뒤꿈치의 높이나 무릎의 각도를 찾아보라고 했던 리조의 말이 기억난다. 또 장애물을 가져다 놓고 일단 넘어보라고 했던 것도 생각난다. 그다음에 스텝볼트를 알려주며 어떻게 하면 기능적으로, 빠르게 넘을 수 있을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자세라는 설명까지.


아기가 신날 때 뛰는 것 같은 모양새라던 스트라이드도, 차도 가까이의 울타리에서 내가 편하게 통과하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던 것과 아예 나만의 통과방법을 만들었던 것까지(이건 놀이의 기술 워크숍에서 하기는 했었지만.). 모든 이름 있는 자세들도 결국 나 같은, 우리 같은 평범한 움직임들에서 나왔다는 것과, 정해진 자세들이나 ‘~하는 법’ 같은 것이 정답은 아니겠다는 걸 많이 느꼈고, 배웠다. 나에게 맞는 자세를 찾아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고. 나를 살피며 하니까 스스로 재밌고 의욕이 생겨서 조금씩 더, 더 해보며 내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다. 두려움이 올라오면 올라오는 대로 조급해 하지 않고 그대로 봐 주면서 움직일 수 있기에 내가 즐거웠던 것 같다.


다시 일상 속에서 울타리를 봤을 때, 장애물을 봤을 때 두려움이나 움츠러듦이 아니라 두근두근함이 올라오는 나의 상태는! 두려운데도 목표치를 향해 가기위해 말도 못하고, 헌데 잘 안되니까 초조해 하고 나를 자책하게 되는 과정이 배경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상태이기도 할거다. 참. 파쿠르를 배우러 가서 얼마나 많이 받아오는지 모르겠다.


<놀이의 기술>

‘놀이의 기술’ 이름만 들어도 신나는 주제여서 즐거운 마음과 기대를 안고 워크숍에 갔다. 조금 미리 가서 리조와 유닐이 준비하는 것에 함께했는데, 주제도 주제이니 만큼 놀이터에서 워크숍 구상을 하며 판을 짜고 있었다. 그러다 나에게 들어온 질문, “수민, 오늘 놀이터에서 뭐 하고 놀고 싶어요?”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평소에도 ‘뭐하고 놀까?’에 대한 답이 어려운 나. 게다가 놀이터에서 놀아본 게 월담 워크숍을 할 때 말고는 언제지 까마득하다.

‘놀이의 기술’이라는 주제를 봤을 때 ‘적절하고 끌리고 매력 있는 주제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 때문 이었던 것 같다. 뭐하고 놀아야할지 모르겠고, 논다는 것의 범위도 너무 좁혀져 있는 것 같은 이 상황에 잘 노는 것도 기술일 수 있겠다는 생각. 재밌게, ‘잘’ 놀고 싶은데 요즘 거리를 구경 다니고, 카페에 가거나 옷을 사거나, 밥을 먹으며 노는 것에서 생기는 부족함과 허망함 없이 놀 수 있는 기술.


사실 요즘 동네를 오가면서 예전에 동생들, 친구들, 언니들이랑 놀았던 곳들이 눈에 들어온 적이 많았다. 사람들 다 오가는 길목 옆에서 풀과 흙가루 등으로 요리를 하고, 플라스틱 뚜껑이나 여러 쓰레기들을 주워 접시랍시고 담아놓고, 공간과 역할을 나누어 상황극 놀이도 하고. 주어져있는 환경 안에서 정말 재미나게 놀았던 것이 조금 그립기도 하고, 그렇게 놀았던 내가 부럽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이번 워크숍도 소비적인 놀이가 아니라 주변 환경 속에서 몸으로, 함께, 정말 같이 있기에 가능한 그런 놀이들을 기대하며 갔던 것 같다.

우리는 만나서 바닥과, 사람과 함께 놀았다. 눕기도 하고, 엉기기도 하고, 올라타서 돌고. 놀이터에서도 그 기구들과, 함께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논다. 정말 그 자리에, 그 사람들과 함께 살아있는 것 같았다. 요즘은 내 생활에 핸드폰이라는 것이 들어오면서 사람과 있어도 온전히 그 사람과 있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나, 어디서든 갈 수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혹은 다른 어디이던.) 어디서든 할 수 있는 핸드폰을 하며, 단지 어떤 사람이랑 있는 것이 좀 다른, 그런 애매한 놀기의 시간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래, 이게 편하지’라고 느끼면서도 그런 내가 불편한 요즘이었다. 그러니 더욱 움직이며 놀기, 사람과 맞닿으며 놀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워크숍 후에 함께 얘기 나눴던 것이 공감이 정말 많이 됐다. 특히 그 중 월담에서의 놀이와 일상의 놀이가, 그 간극이 좁혀지기가 참 어렵다는 이야기와 ‘놀이’라는 범주 안에서 움직임은 배제되어 버렸다는 것.. 월담에서 놀았던 오늘이 특별한 경험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마음에 남는다. 이렇게 놀고, 후에 거리의 많은 것들이 다 새로운 요소들로 보이는 그 일상이 얼마나 신나는데. 울타리를, 작은 턱들을, 철봉을 보며 두근두근해지고 그런 구조물을 캐치하며 순간 반짝 해지는 나를 만나는 건 또 얼마나 재밌는 일인데. 정말 그 간극을 좁히는 게 나를 위해서도, 또 주위사람들을 위해서도 참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내 일상에서도 이렇게 재밌게 놀아야겠다.



- 잔디밭 위_함께 놀기.

몸 열기 중 했던 밟기와 피하기(?) 발이 몸을 만나러 가고, 몸은 공간을 비워주기(?). 직접 누워 상대방의 발에 눌리지 않게 몸을 피하다 보니 생각보다 몸이 많이 움직여졌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확실한 움직임, 그리고 구석구석 시원하게 늘려주는 움직임들이 생긴다.


처음에는 ‘밟기와 피하기’라고 생각했는데 리조가 설명을 더 해주며 “사실은 발바닥과 몸이 만나는 거죠.”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밟으러가는 게 아니라 만나러 가는 거. 그리고 거의 만날 때 까지 기다리다가 마지막 순간에 살짝, 몸을 움직여 피하고 바닥을 내어주는 것. 밟히는 것 같아 기분 나빠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나보다. 서있는 사람은 서있는 대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고, 누워있는 사람은 누워있는 사람대로 몸을 살짝 살짝 움직이며 자극을 줄 수 있다. 바닥과 밀착하며 몸을 움직이게 되는 것도 기분 좋았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 몸에 매달려서 돌았다. 내 몸에 매달린 다른 사람을 돌리기도 한다. 상대방과 나의 힘, 굴곡이 직접적으로 만나며 반응하는 움직임이었다. 마음까지도. 사물과 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하는 거여서 나와 상대방의 상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웃음이 나와서 떨어지기도 하고, 서있는 사람이 중심을 못 잡아서, 혹은 힘이 부족해서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고는 같이 힘내고 어떻게 맞춰야 할지 얘기한다. 평소 조심조심, 특히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는 더욱 조심스러워 지는 나지만 이 때는 과감함도 필요하고 내 무게를 주고 맡기는 것도 필요해서 상대방을 조금 다르게 만나고 대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충분히 준비 된 상태에서 몸을 접촉하고 무게를 주고받고.. 재밌는 일이다.


- 횡격막과 몸의 중심 힘줄 느끼기

축이 되는 회음부(?)쪽의 횡격막과 힘줄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느껴봤던 시간. 확실히 뼈처럼 만져지는 것 보다 내장이나 힘줄같이 몸속에 있어서 감각으로 느껴야하는 것들이 더 인식하기 어렵다. 이번 워크숍 중 가장 새롭고 잘 안 느껴졌던 곳이 바로 이 횡격막과 힘줄이었다. 정말 처음 들어보는 부분이기도 했고, 그 곳의 감각을 느껴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앞쪽의 딱딱한 뼈와 양 옆의 좌골, 그리고 뒤쪽의 꼬리뼈를 찾기 위해서 뼈를 만져줬는데, 앞쪽에서 다리 밑으로 손을 넣어서 좌골을 느껴보는 것도 그렇고 앞쪽 딱딱한 뼈를 사람들 있는 곳에서 만져보는 것 또한 처음이었다.


리조가 인텐시브 준비모임을 할 때 그 뼈들을 만졌던 것 같은데. 사실 그 때 좀 놀라고 낯설었었다. 생식기 쪽 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설명을 들으면서 직접 탐색 해 보는데 참 그냥 몸일 뿐.. 만져보는 것조차, 탐색 해 보는 것조차 금기시 되어왔던 들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땐 공감도 되고 좀 부끄럽기도 했었다. 아직도 그 횡격막 중간에 있는 중심 힘줄이 잘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중심을 잡을 때나 일어설 때, 신경을 그 힘줄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 집중해본다.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알게 된거다. 확실히 알기 전과 후는 다른 것 같다. 지금까지는 모른 채 지냈지만, 이제라도 내 몸의 중심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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