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혁신][대안적 체육] 공놀이로 공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보는 워크샵

공놀이가 이렇게 재밌다니!

학창시절 아이들은 공놀이를 피구, 축구, 농구 등의 구기 종목으로 만나게 됩니다. 정확한 자세로 하는 패스, 자신의 '기능'을 잘 수행해서 경쟁에서의 승리하는 것, 정해진 규칙을 정해야 하는 과정에서의 공과 관계를 맺게 되는 거죠. 때문에 그 동그랗고 에너지 넘치는 강아지처럼 여기저기 튀어 다니는 공과 놀이할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운동을 잘 못하면 '나는 공으로 하는 건 다 못해'라는 인식을 가지기도 쉽습니다. 시간을 보내다보니, 함께 놀기 참 좋은 파트너인 공과의 시간을 동료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내 몸의 느낌과 감각은 무시한 채 놀고 느끼기 보다 남이 정한 규칙을 쫓으며 경쟁하기 바빴던 공과 마사지를 하기도, 규칙 없이 놀기도 하면서 공과의 관계를 전환하는 장을 서울대학교에서 꾸렸습니다.


협업처 : 변화의월담 자체 기획

교육일 : 2021. 05. 22. - 23. 

회   차 : 3시간 2회차


Background

유치원 시절에는 농구공 튀기기(어떤 지도도 없이 정해진 시간 동안 튀기기만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피구,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농구와 축구라는 스포츠로 공을 만났다. 그 시간 속에서 공은 내게 있어 ‘다루기'어려운 것, 자꾸 굴러가서 쫓아가기 지치는 것, ‘지루한 반복동작'을 의미하게 되었다. 언젠가 운동장을 누비며 공과 자유자재로 뛰놀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내게 공과 친해질 기회는 별로 없었다. 자꾸 ‘올바른 동작’으로 패스할 수 있는지, ‘잘 튀기는지' 평가 받기만 해서 그랬던 것 같다.

- 참가자 후기 중


Curriculum

바른 동작과 경쟁에서 벗어나 공을 잘 다뤄야한다는 부담, 정해진대로만 사용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경직 없이 '구'라는 사물을 다양하게 탐색하고 알아가는 장이었습니다. 푸릇한 봄날, 공의 계속 구르고 움직이는 성질이 새로운 놀이를 발견하게 해준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아이로 돌아가 따뜻한 에너지를 나누며 많이 웃는 장이었습니다.


자동반사적으로 공을 보면 긴장되고 경직되는 몸을 풀어주기 위해 튀기지 않고 내 몸과 맞닿으며 어깨, 등, 목, 배, 엉덩이, 고관절 등을 마사지해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워크샵을 듣기 위해 이동하느라 지친 몸을 풀어주면서 그동안 내가 긴장하고 있는지도, 아픈지도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중간중간 더 풀어줄 부분이 있는 참가자들은 월담이들이 직접 의사를 묻고 만지며 풀기도 했습니다.


공을 통해 균형잡기, 마사지 등 다양하게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공이 균형감있는 둥근 에너지로 몸의 신기하게 생긴 부위들을 자극하여 신선했습니다. 둥근 원형 에너지가 몸의 에너지를 잘 표현하게 해주고, 에너지를 받아주게 하여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 참가자 후기 중



풀린 몸으로 파트너를 이루어 공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냥 주고 받는 건 아니고, 땅과 내 몸이 동그랗게 되어 구르며 받는 놀이를 시도했습니다. 파트너에게 정확하게 던지지 않아도 도전과제가 되어 더 멀리 뻗어보고, 옆으로도 굴러볼 수 있게 됩니다.


피구, 축구등을 하며 공은 차고 때리고 하는 존재인줄 알았는데 공과 내 몸이 더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상호작용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을 몸 전체로 굴리며 공의 표면과 질감을 느껴보고 몸이 부드럽게 풀릴 수 있음을 알았고, 공을 마중나가 받고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더 유연한 만남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참가자 후기 중



또 다른 파트너와 속도를 조금 낮추어서 밀접한 접촉을 해봅니다. 대신 사이에 공이 있는 상황에서, 손으로 잡지 않고 떨어뜨리지 않아본다는 룰만을 가지고 손에서 시작해서 허리, 배, 때로는 머리, 발끝까지 써봅니다. 만약 둘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떨어뜨리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이전까지 공은 피하고 싶거나, 내가 공을 차거나 던져야 하는 순간이 오면 매우 긴장이 되고 잘  못할까봐 걱정이 되는 존재였다. 그리고 사실, 공과 어떠한 관계조차 없었던 느낌이다. 이번 공놀이의 전환을 통해서 공이 굉장히 다채롭게 내 삶에 들어었다. 공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함께 움직여보면 내가 예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이 (당연히)생기게 되는데, 그럴 때 선물을 받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동력을 얻고, 즐거움을 느끼고, 새롭게 움직여 볼 수 있어 기뻤다. 

- 참가자 후기 중




참가자들의 관계나 탐색하는 정도가 꽤 깊고 즐거우면서도 도전적이라 속도를 높여, 강렬한 접촉인 '공 레슬링'을 해보았습니다. 몸으로 버티는 레슬링은 아니고, 손바닥만을 맞닿고 상대의 손이 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임을 시도 해봅니다. 생각보다 더 어렵고, 생각지도 못하게 상당히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공을 다루는 기술을 익히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사실 그 특정 기술들에 갇혀 나를 끝없이 평가하고 질책했던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것, 진정 놀이하고 관계맺는 기쁨을 다양하게 찾아가는 게 아주 소중했다. 공으로 나를 만나고(내가 무엇을 어떻게 경계하고 탐색하고 또 경계를 허물어 가는지 알아가고) 또 나와 다른 타인을 만나는 이 시간이 낯설면서도 즐겁고 재미있었다. 경기장을 찢고 세상으로 나와 다시 아이가 되어 함께 놀이하는 시간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참가자 후기 중




패스나 슈팅 연습을 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동그란 구를 톡톡 차면서 예상치 못하게 굴러가는 방향으로 강아지 산책시키듯 함께 뛰어놀아보고 있는 현장입니다. 중간 중간 서로의 공이 앞으로 오면 자연스럽게 바꿔 데려가보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가지고 있는 모든 공을 풀어놓고 동료의 이름을 부르며 받아주세요! 하는 정신없고 웃음나는 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워크샵은 즐겁고 가벼웠다. 공을 잘 다뤄야 한다는 부담, 정해진 대로만 사용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경직이 없었다. 공을 차면서 달리는 건 특히 달리기를 지루해하는 나에게 너무 재미있는 방식이었다. 나는 목표물을 ‘추적할 때' 속에 있는 에너지가 발휘되는, (집념을 원동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공이 이젠 너무 좋다! 공을 가까이에 두고 지내고 싶다. 작은 공, 큰 공, 가벼운 공… 집에 종류별로 두고, 앞으로 산책을 나갈 때 옆구리에 끼고 나가야겠다.

- 참가자 후기 중



이번엔 조금 더 작은 공, 월담팀이 말랑한 티볼에 줄을 달아 만든 놀이공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냥 주고 받으며 조금 감각을 익히다가, 주변의 구조물을 활용하여 균형잡으며 공 받기 라는 복잡성과 예상치 못함의 요소를 넣어 재미를 더해보았습니다. 우리 머리가 생각보다 무거워서(5kg) 공을 받으려는 욕심에 몸을 과하게 기울였다가는 뒤의 풀밭으로 넘어가곤 했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은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균형을 잡아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변화의월담이 제안한 장소를 중심으로 도전하다가 놀이 시간이 지속되면서 참가자들이 직접 도전해보고 싶은 구조물을 찾아 놀이하기도 했습니다. 높아서 떨어질 것 같기도 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구조물이 있을 경우 주변의 동료에게 가장 걱정되는 부분에서 부상을 막아주기 위한 최소한의 역할(스팟팅)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문화를 월담에서 제안하고, 참가자들이 필요할 때마다 요청했습니다.


친구와 만나면 하는 것들이 정해져있다. 밥을 먹고, 카페에 가고, 가장 놀이와 비슷해 봐야 보드게임 정도? 오늘 이 장에서 놀이 동료들과 마음껏 놀 수 있어 행복하고 웃음이, 에너지가 났다. 특히 나무와 지형물을 활용한 공놀이는, 우리가 엄마나 쉽게 ‘놀게 없어!’ 단정 지어 왔는지를 보여줬다. 수많은 공간을 함께 탐색할 동료들과 몇재의 소도구만 있으면 무궁무진하게 피어날 놀이꽃들이 눈에 선하다.

- 참가자 후기 중



꼭 골대가 있어야 농구를 할 수 있나요? 월담팀이 교육을 기획하며 공놀이를 하다가 하늘을 보니 숲 곳곳에 사이로 공을 쇽 넣고 싶게 갈라진 나무들이 가득했습니다. 파트너를 이루어 이 나무, 저 나무 돌아다니면서 공을 주고 받고 더 높이 던져보기도 했습니다. 


오늘 워크샵을 하면서 공놀이가 이렇게 재밌는 것이었는지 처음 알았다! 정말 ‘공놀이의 전환'이었다. 공과 내 몸이 관계 맺는 법, 나아가 내 몸이 자연과 조화하는 것까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왠지 공과 함께 명상을 한 것 같았다.

- 참가자 후기 중



살면서 가장 오래 공과 논 날! 공을 무서워하고, 또 운동을 어릴 때부터 잘 못하는 편이라 ‘나는 공으로 하는 건 다 못 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공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양한 자세와 다양한 크기의 공으로 색다른 시간이었어요. 저에게 공이 두려웠던 건 “경쟁"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중요한 피구 시합에 내가 감히 공을 던질 순 없지!’ ‘공에 맞으면 지는 거야'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어서이지 않았나 하고 오늘이 되어서야 깨닫네요. 공과 함께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참가자 후기 중



공 마사지를 할 때 처음에는 관계맺는 방법들이 몇 가지 떠오르지 않았었는데, 곧 몸을 맡기고, 공 위에 체중도 맡겨 보며 자연스러워지는게 느껴졌습니다. 공을 낚아채고, 마중나가기 위해 처음에는 손만 쓰다가 나중에는 어깨를 허리를 발목을 사용하며 움직임이 확장되어 감이 느껴졌어요. 여러가지 종류의 공놀이를 통해 유연히 대처하고, 불안정을 안정이라고 느끼는 방법을 알아갔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함께' 공놀이를 하며 배려하고, 때론 적당한 도전의 기회도 주고 받는 기쁨도 있었어요!

- 참가자 후기 중



공하면 떠오르는 구기종목들을 배우거나 할 때의 긴장, ‘잘'하고 싶다는 압박이 없어 좋았다. 공으로도 이토록 다정하고 사려깊고 즐거울 수 있구나! 공놀이 메이트를 찾아 일상에서 놀이하고 싶다. ‘구'라는 모양이 주는 다이내믹스가 좋다. 날 좋은날 자연에서 땀흘리며 뛰노니 어린시절의 주말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 때 나에게도 이런 공놀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 참가자 후기 중


Story

참가자들이 나누어준 더 탐구해보고 싶은 실험들

-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더 많은 공놀이 활동들

- 균형잡으며 티볼 주고받기 처럼 공간과 공, 타인 모두와 상호작용하는 활동

- 큰공(그리고 아주 가벼운 짐볼이 아닌 공)으로 패스하거나 굴리며 넓은 곳에서 하는 축구(여러명이 매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 공놀이와 다양한 성찰들 연결하기, 공과 협력

- 공놀이를 어렵게 하는 이유들을 정리 연구하고 다른 방향으로 물꼬를 틀 활동들(다양한 연령에서)을 고민하고 싶다.

-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깊이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 놀이/움직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