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선미촌페미니즘예술제워크숍 <폭력의 역사를 씻는 움직임>

폭력의 역사를 지닌 공간에서 놀며 공간의 의미를 전환하고 싶다

전주시에서 2014년부터 과거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 일대를 문화·예술인이 창작 활동을 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으로 바꾸는 문화재생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 움직임의 일환으로 전주시사회혁신센터가 주최하고 전북여성문화예술인 연대가 주관하는 페미니즘 예술제에서 여러 놀이와 월담 움직임을 통해 폭력과 혐오를 떨쳐내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워크샵을 열었습니다. 워크샵은 선미촌 내 시티가든 기억공간에서 이루어졌는데요, 처음 도착했을 때는 과거의 역사와 기억에 관한 기록들을 접해서인지 경직되고 힘든 느낌이 들었던 공간이 다같이 2시간 동안 공으로, 맨 몸으로 맘껏 뛰놀고 나니 에너지 넘치는 활력의 공간으로 전환되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협업처 :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

교육일 : 2021. 10. 03.

회   차 : 2시간 총 1회차


Background

성평등 전주 제 2회 페미니즘 예술제 - F연대기는 과거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의 여성 인권운동을 기억하고, 페미니즘을 문화‧예술로 표현하며 편견 없이 즐길 수 있는 축제입니다. 예술제는 크게 세가지 주제로 진행이 되었는데요, 첫째는 '여성 서사'로여성들의 다양한 삶은 끊임없이 기억되고 기록 되어야 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눌리고 갇혀 있던 역사 속에서 진실을 찾고, 여성의 삶과 몸을 향한 비틀린 시선에 대해 대항하는 적극적 움직임을 통해 더 단단한 연대를 채워가고자 했습니다. 둘째는 '여성의 일상'으로, 안전과 생존의 가치를 외치지 않아도 누구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는 기꺼이 서로의 울타리가 되 고군분투를 예술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마지막 주제는 ‘혐오와 차별’, 달리는 여성을 계속 넘어뜨리는 투명  허들을 부수고 뛰어넘을 힘은 연대 안에 있음을 느끼고자 했습니다. 


Keyword

공간의 전환, 혐오, 해방


Curriculum

푸른 잔디밭에서 짝을 이뤄 마음에 드는 공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몸으로 인사를 나누며 워크샵을 시작 해보았습니다. 정확하게, 멀리 주고 받는 것보다 상대를 살피며 너무 익숙해졌다 싶으면 옆으로 던지며 파트너의 배움을 확장시기도 합니다. 뒤를 돌아, 다리 사이로, 상대를 보지 않는 노룩 패스까지 한 번도 던져보지 못한 방식으로 실험하며 이런 실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동료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처음 온 낯선 공간이 이렇게 두시간 만에, 아니 단 몇분만에 놀이터가 되고 친밀한 곳이 되다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움직임, 놀이의 힘이 실로 대단하다. 이전에 내가 체육시간에 맺었던 공과의 관계, 줄과의 관계, 바닥과의 관계, 낯선 동료와의 관계와 매우 다른 느낌으로 공과 바닥, 사람들과 즐겁게 뛰놀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 아니 사실 아주 어린 시절 이후로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잘하고 못함의 기준이 무너지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게 감사했다.



이번에는 다른 몸과의 거리를 조금 좁혀봅니다. 손바닥으로만 공을 잡고 상대방의 손에서 공을 빼내는 '공레슬링'인데요, 승부가 정해져있지만 너무 한 사람에게 힘이 쏠려 재미나 배움이 덜 해지는 상황이 생기면 함께 이야기를 나눠 다른 규칙을 제안하기도 하고 다른 동료를 만나보기도 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용을 쓰는 서로의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힘이 아닌 전략으로 공을 쏙 빼왔을 때의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 파트너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과 공을 잡지 못하거나 튀었을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멋쩍은 웃음과 사과. 이런것이 어디서 학습 되었고 왜 이렇게 하게 되었는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잘하고 못함이 없고, 잘못된 것이 아닌데 사회적으로 학습된 무언가가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너무 강력하다고 느꼈다. 함께한 다른 사람들도 사과와 배려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 정도로 잘못한 것인가 하는 생각과 이러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 



조금 작고 줄이 달린 '플레이볼'을 가지고 파트너와 만나볼 차례입니다. 한 명이 가로로 공을 돌려주면 사이로 생기는 공간으로 손을 쭉 뻗어 봅니다. 손이나 발을 넣는 건 너무 쉽다 싶으면 타이밍을 맞춰 고무줄 놀이 하듯, 사이를 슉 지나가 보기도 합니다. 한 명이 충분히 탐색을 마쳤다 싶으면 역할을 바꿔 다른 파트너가 공을 돌리고, 활동을 이어 갑니다.



한 명은 공을 돌려주고, 두 명이 손뼉도 쳐보고, 발뼉(?)도 쳐보면 또 다른 재미있는 다이나믹스가 생깁니다. 이 작은 공이 뭐라고, 처음에는 공에 맞을까 주춤 거리다가도  걸려도 아무 일도 안일어난다는 말에 조금 더 과감한 도전을 해보기도 합니다. 



내 몸이 무겁게 느껴졌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내가 내 몸을 통제할 수 없고, 내 몸인데도 낯설었던 날들이 많았는데요. 오늘의 시간을 통해 내 몸과 더 친해진 기분이 들어요. 격한 움직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온 몸에 땀이 흐르고, 힘이 전달되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합니다. 너무 행복한, 내 몸과 만난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이후로 공놀이를 한 게 처음이에요. 이렇게 재밌는걸 왜 안하고 살았는지. 지금이라도 재미를 알게되어 기뻐요. 점점 움직임이랑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 내 몸과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로써 뭔가 조금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을 쓰는건 운동! 만 생각했는데 놀이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온 힘을 주고 줄을 당기기, 순간에 집중하며 공을 던지고 잡는 행위를 통해 제 몸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공을 좀 더 갖고 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줄에 기대 누군가에게 몸을 온전히 맡겨보는 경험을 하고, '다리 벌리지 마라', '여자애가 조신하지 못하게' 하는 말들로 평소 많이 긴장하게 되는 골반의 힘을 여기저기 돌리며 풀어주는 시간을 갖습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몸의 역사와 경험에 따라 처음부터 온전히 몸을 맡길 수 있는 사람도, 그러기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의 속도에 맞게 파트너의 몸을 살피고 그 맥락에서 최대한 탐색과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지 해줍니다.



제 몸은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이들었고, 살도 붙었고, 더 이상 유연하지 못했기 때문에 늘 몸이 불만이었습니다. 그래서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이 컸어요. 움직이는 일은 너무나도 부끄럽고 둔탁했거든요. 오늘 활동은 그 느낌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오히려 움직이는게 즐겁고 자유롭다는 것을 알게돼서 기뻐요.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근처의 낮은 돌담을 발을 짚어서, 훌쩍 점프해서 넘어 봅니다. 평소라면 돌아갔을 담인데, 방법을 알고 나니 생각보다 쉽게 훌쩍 넘어지는 내 몸에 놀라기도 합니다. 두려운 마음이 들 때, 함께 하는 동료들의 기쁨과 응원이 힘이 되어 도전 해볼 수 있는 힘을 내게 하기도 합니다. 


지금껏 내 몸은 나를 속박, 구속하는 껍데기쯤으로 생각해 왔던 것 같습니다. 몸과 자유라는 단어를 매칭해본 적이 없습니다. 내 몸의 쓰러짐, 하늘로 올라감, 디딤, 넘어감 등을 경험하며 가벼움과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몸은 사실 나를 억압하는 게 아닌 나를 풀어주고 도약시키는 매개체인 것 같습니다. 낯선 공간에서 ‘몸일지'시간을 통해서 밝은 공간으로 바뀐 것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함께 땀흘리며 내 몸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을 마련해주신 변화의월담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몸일지를 통해 몸의 이야기를 나누고 손으로 하는 변화의월담 인사를 나누며 장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함께 와주신 분들의 연대와 지지의 에너지가 장에 녹아들어 시선에 대한 압박 없이 더욱 자유롭고 즐겁게 움직일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억압이란 몸에 대한 학습된 불신이다. 제도화된 트라우마 그 자체다.

-  타다 호주미, “사회 변화는 실제 어떻게 일어나는가 : 몸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