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교육][성평등] 여성주의 시각 몸으로 표현하기 워크샵

여성주의 시각을 몸으로 풀어내 볼 수 있을까

전북문화예술 성평등네트워크에서 진행하는 여성주의 예술 비평학교인  '문화예술 다리미'는 6개의 기관이 참여하여 여성주의 시각에서 연극, 문학, 시각, 영화 콘텐츠 등을 10회차에 걸쳐 접하고 비평문을 작성하는 워크숍 과정입니다. 음악치료, 팟캐스트 제작자, 청년문화기획, 영화제 등에서 활동하는 여성활동가를 중심의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변화의월담은 그 중 몸으로 여성주의 시각 표현하기를 주제로 워크숍을 의뢰받아 꾸리게 되었습니다. 


협업처 : 완주문화재단

교육일 : 2021. 6. 24.

회   차 : 2시간 총 1회차


Background

복합문화지구 누에는 1987년부터 사용 해오던 '호남 잠종장'이 부안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비어있던 공간이 2015년 4월 문화재생사업 대상으로 선정 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된 1,903m2 넓이 28동의 건물이 있는 공간입니다. 젠더 감수성이 있고 문화예술비평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자 하는 주민과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신청을 받았으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첫 오티를 제외하고는 2주 간 온라인으로 만나다가 몸으로 두번 째 만남을 해야하는 맥락이 있었습니다. 몸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약간의 민감함과 두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억압된 몸을 풀어주고 해방하는 움직임과 여성주의 텍스트, 논의를 결합해보았습니다.


Keyword

연대, 해방, 돌봄


Curriculum

2시간이라는 짧은 구성 동안 경직된 몸을 풀어주고,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억압된 움직임들을 탐색하며 잃어버린 몸의 감각과 놀이성을 회복하고 서로를 살펴주는 흐름이었습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위해주자'라거나 ‘여성도 이겨보자'는 것이 아니라, 승패를 넘어서는 완전히 다른 사회, 약한 사람이 아무것도 ‘극복'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삶을 상상하자는 제안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를 다르게 만드는 힘은 ‘각자 강해지는 것'에서가 아니라 서로의 약함을 돌보고 책임지는 것에서 나온다.

- 워크샵 중 공동낭독한 텍스트 : 전희경,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실내 공간에서 서로의 손을 열어주고 팔을 짜주며 조금은 긴장된 몸을 풀어주고 잔잔한 음악에 따라 눈을 감고 파트너의 손바닥에만 의지해서 천천히 실외 공간으로 이동했습니다. 시각과 청각에 집중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진 참가자들에게 자주 쓰는 감각을 잠시 쉬고, 다른 감각들을 되살리며 불편함과 고민들로 긴장된 몸을 바라보고 낯선 동료들과 몸으로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 신체 오감 중 시각이 없이 환경을 마주 하면서 다른 감각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놓칠 수 있었던 새로운 감각들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이 접해보는 움직임으로 몸이 편해지고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던 시간이 무척 편했다. 타인과 함께 하는 움직임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고 존중하려는 과정이 좋았다.

눈을 감고 이동할 때, 햇빛, 바람, 땅의 질감을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같은 햇빛, 바람, 땅일텐데 눈을 감고 뜨는 행위만으로 이렇게 느껴지는 감각이 다를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항상 몸이 긴장된 상태였음을… 이완되게 몸을 풀어본다는 감각이 처음 긴장을 푸는 행위부터 마지막 활동까지 이어지고 점점 더 편안해졌다.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움직여 보는 것을 시도해보고싶다.

- 참가자 후기 중



햇빛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가장 잘 부는 그늘 밑에 신발을 벗고 앉아 하루 종일 나의 몸을 지탱하고 신발에 갇혀 살지만 잘 살펴주지 않는 발을 매만지고, 늘리고, 살펴주는 발마사지를 해주었습니다. 가장 더럽다고 여겨지는 부위를 애정어린 손길로 만져주면서 나의 존재를 넘어 몸의 모든 부위를 대상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불편하고 어색한 움직임과 자세가 많다. 왜일까?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수많은 말과 규제, 시선들이 떠오른다. 오늘 워크샵처럼 아프고 두려워도 그 몸 그대로 와서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는 장이 일상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 참가자 후기



파트너를 이루어 한 발을 잡고 다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내가 평소에 절대 하지 않았을 움직임을 경험하고 한국 사회에서 '다리 벌리지 말라'며 억압받는 부위 중 하나인 고관절을 열어주고, 그 과정에서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또 놓아주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내가 나고 자란 사회에서 강요당한 억압과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고자, 내가 겪은 부당한 폭력을 설명하기 위해, 그리고 동의할 수 없는 것은 거부하고 다른 삶의 선택지를 갖기 위해 그동안 페미니즘을 많이 읽고, 듣고, 말하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는 것을 넘어서,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내 몸으로 체화하고 내 몸이 자유로울 수 있는 실천을 원한다. 자신감, 자존감, 자기긍정, 활기, 야성, 홀가분함, 강인함과 같은 좋은 느낌으로 몸과 마음의 연결을 재구성하고 싶다.

- 워크샵 중 공동낭독한 텍스트 : 하리타, <오늘부터 내 몸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어>



신발을 신고 파란 잔디밭에 나가 공놀이를 했습니다. 공놀이는 대표적으로 학창시절 축구, 농구 등의 남성 중심의 스포츠로 승패를 가리는 형식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아 두려움이 있는 참가자가 많고, 경쟁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정답과 승패가 있는 경기가 아닌 동료들과 접촉하고 서로의 배움을 위해 챌린지를 주기도 하는 '공 레슬링' 활동을 했습니다. 


몸으로 진하게 접촉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순간 ‘연애 관계’가 아닌 이와 그런 돌봄과 놀이를 주고 받는 것이 조심스럽고 불편해졌다. 오늘 활동을 통해 경쟁하는 스포츠로만 쓰였던 공이나 맨몸으로도 승패를 가리지 않고 ‘실험'하고 서로의 몸을 통한 배움을 격려할 수 있구나 깨달았다.

- 참가자 후기 중 



이번엔 조금 더 작은 공을 줄에 매단 '놀이공'을 활용하여 더 신나는 음악과 리듬에 맞추어 탐색해보았습니다. 말랑한 공이라 맞아도 아프진 않지만 가상의 장애물이 있는 상황에서도 경직되지 않고 이런저런 실험을 리듬감있게 연습해보았습니다.


여름이 되고, 날씨가 더워지며 땀이 주륵주륵 잘 난다. 어느때 인가부터 땀이 나고, 그로 인해 옷의 부분들이 젖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젖은 게 보이는 것 자체와 냄새가 나는 것을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몸을 공감의 언어와 시선으로 마주하고, 구석구석 감각을 깨우고, 느끼고, 움직이는 시간이 쌓여가며 땀이 난 후에 느껴지는 개운함과 시원함을 발견했다. 그리고 올 여름에는 땀이 나고 몸이 개운 해진다는 느낌이 더욱 명확히 다가온다. 땀과, 젖은 옷과, 냄새들을 숨기고 싶은 마음들은 어디에서부터 온걸까.

- 참가자 후기 중



공간에 위치한 벤치를 활용하여 어릴 때 놀던 것처럼 넘고 뛰어올라보았습니다. 평소라면 하기 어려웠을 도전들도 파트너를 이루어 위험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지켜봐주어 할 수 있었습니다. 멋있어보이거나 정확한 기술을 구사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몸에 맞는 도전과 뛰어 노는 감각을 회복하고자 했습니다.


내 몸에 대한 수치, 혐오, 비난은 의식적으로 걷어냈다. 신나고 말겠다. 눈치보지 않겠다. 시작부터 어떤 ‘작정'을 하고 온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빠르게, 부딪힘 없는, 어떤 성취에 이르고자 하는 억압의 ‘습'을 여전히 발견한다. 긴장을 풀기. 몸의 움직임과 감각을 느껴보려는 의식에 집중하지 않으면 또 금세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만다. 신나고 즐거운 것과 별개로 여전한 몸의 사용, 기능에 대한 편견. 타인의 눈치가 아니라 함께 느낌을 공유하고 대화하던 기쁨의 순간.

- 참가자 후기 중



2시간 동안 무리했을 마리를 탈탈 털고 만져준 후 여성주의 관련 텍스트를 읽고, 움직임과 텍스트를 버무려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낸 후 익명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읽어주었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한 소통의 시간이었다. 내 공간을 내주고, 나누고 등의 움직임으로 굳이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상대방의 공간에 들어감으로 어쩌면 더 가까워진 것 같다. 평가하는 움직임이 아니어서 자유로웠고, 평가하지 않아서 편안했다. 있는 그대로의 움직임을 오랜만에 느껴봐 좋았다.

- 참가자 후기 중



Story

깁스를 해서 워크샵 참여를 망설였다는 참가자분이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왼손 엄지손가락은 정형외과에서 초음파를 보더니 깁스를 하라고 하고, 또 매일같이 편두통이 오기도 합니다. 정형외과에서 처방해 준 항생제 일주일치를 꼬박꼬박 먹습니다. 항생제 한 알과 위장 보호약, 진통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주가 지나도록 약을 먹는 동안이든 깁스를 하고있든 그렇지 않든 통증은 계속됩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 뭔가 하지 말라고만 합니다. 설거지도, 화분에 물주기도 또 등등 일상의 일들을요.

하지만 오늘은 손이 아파서 잠시 멀뚱히 서 있자 강사님이 다른 규칙의 공놀이를 제안해 주셨어요. 내 몸의 다른 부분을 이용해서, 강사님과 몸의 힘을 서로 주고 받으며 공을 이동시키는 놀이였는데, 잠시였지만 아파도 괜찮다고 느꼈어요. 손이 오랫동안 낫지 않아서 이대로 계속 불편하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도 그런 ‘바꿈'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설거지를 하는 방법도 화분에 물을 주는 방법도 바꿔봐야 할 것 같아요. 잠시나마 통증의 굴레에서 벗어나 뭔가 다른걸로 걸음을 내딛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