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교육][모험하는 노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벽을 넘고 마주보라> 워크샵규범을 깨고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성평등 워크샵


잃어버린 몸의 자유를 찾아서, 내 안에 잠재워졌던 몸을 깨우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세계 최고, 최대의 국제여성영화제입니다. 성평등한 영화와 여성영화인을 발굴 및 지원하고 영화산업 및 다양성 확대에 기여하고자 하는 영화제이기도 합니다. 영화제에서는 영화 상영 이외에도 여성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변화의월담에게 여성의 몸과 몸에 대한 시선에 새로운 각성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려달라 요청해주셨습니다. 몸에 주어지는 수만 가지의 규범과 통제를 깨고, 내 안에 잠재워졌던 감각을 살피고 깨우고 문화비축기지의 다양한 장애물과 환경을 활용하여 내 안의 벽과 세상의 벽을 뛰어넘는 시간이었습니다.


협업처 : 제 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교육일 : 2019. 8. 31.

회   차 : 2시간 반 총 2회차


Background

11세부터 62세까지 문화비축기지라는 공간과 서울국제여성영화제라는 오직 두 가지의 공통점으로 모인 36개의 몸들이 모인 장이었습니다. 워크샵이 진행된 문화비축기지는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인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보관했던 석유비축기지가 2013년 시민아이디어공모를 통해 친환경과 재생, 문화의 중심이 되는 생태문화공권이 된 공간이었습니다. 마음껏 공간을 몸으로 탐색하지만, 동시에 벽을 넘는지의 여부보다, 움직임의 과정에서 성찰하고 변화시키는 나와 몸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공간과의 관계에 초점을 둔 교육을 꾸렸습니다.


Keyword

연대, 해방, 놀이


Curriculum

맨발로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문화비축기지를 누빈 참가자들은 벽을 단순히 넘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벽과 몸 간의 신뢰를 쌓는 접촉, 벽의 지지를 받아 오르는 과정에서 오는 배움을 나눴습니다.



문화비축기지 한켠에 시원한 데크에서 신발을 벗고, 본격적으로 뛰고 넘기 전 나의 몸의 상태를 체크하고 균형감각을 되살리는 밸런싱 사이클을 하고 서기, 균형을 잃으며 쓰러지듯 걷기를 자신의 몸에 맞게 실험해보았습니다.


파쿠르라고 해서 화려한 기술이 생각이 났는데 월담은 사물을 믿고 내가 딛고 있는 접지를 믿는 것에서 시작해서 신기했다. 처음 시작한 게 내 몸에 대한 부분들, 즉 걷는 거, 점프하는 것들이고 내 몸의 흔들림에서 밸런스를 생각하게 됐다. 어떤 움직임이 잘 되면 더 화려한 것으로 가는게 아니라 오히려 천천히, 10초로 늘려서 해봐, 라는 제안이 놀라웠다.

- 참가자 후기 중 



발의 지지를 받으며 다양한 높이와 공간에서 점프를 해보았습니다. 돌계단, 나무 계단부터 근처의 벤치 등을 도약해보는 연습을 하며 생각보다 높이 뛰는 내 몸을 발견하기도 하고, 무릎이나 발목이 약해서 하지 않았던 점프를 한 발로, 혹은 지지를 받으며 조금 도전해보기도 했습니다.


회생이 불가능할 것 같은 몸이었는데, 2시간 사람들이랑 움직이니까 정신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내 몸을 너무 얕보고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 또 여기 사람들이 좋다. 격려해주고 지지해주고 박수도 쳐주고. 특히 신발 벗는 게 좋았는데 살펴보니 사람들 발모양이 다 너무 다른 것이었다. 그동안은 다들 내 발처럼 생겼겠거니 하고 살았는데 다 너무 달라서 참 인상 깊었다. 그러니까 당연히 사람들이 착지할 때 다 다를 수밖에 없구나 생각했다.

원래 몸에 대해서는 어디가 다쳐서 안 좋다 같이 아픈 부분만 생각했었다. 내 주변의 공간은 장엄하고 손 댈 수 없는 큰 구조물로 느껴졌다. 그런데 워크숍에 참여하며 내 몸과의 관계, 공간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가만히 있는 게 아닌 흔들리는 상태가 균형이라는 것이 새로웠다. 균형을 잃고 걷는 것도, 팔로 점프하는 것도 기억이 난다.

 - 참가자 후기 중 



높이에 따른 문화비축기지의 구조물들을 훌쩍 넘어보았습니다. 허벅지 높이의 벤치부터 레일, 한켠의 벽까지 그 동안 넘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곳들을 넘으며 서로 응원하고 두려움을 넘어보고 넘으면서 불편한 혹은 즐거운 마음을 탐색하며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운동을 잘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마냥 잘 움직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놀고 나의 몸을 감각해보니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잘 뛰고 넘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벤치 넘으며 생각했던 몸이 아닌 것에 놀랐다. 폴짝 가볍게 뛰어넘는 것을 상상했는데 막상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져서 부끄러웠다. 천천히 하란 말에 마음을 내려놓고 하기 시작했고, 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 새롭게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내 몸을 느끼고 사용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마지막 벽을 기어오르며 어린 시절에 골목대장으로 불리면서 동네를 뛰어다니던 몸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시절에 겁 없고 두려움 없던 몸을 순간이지만 만난 것 같았다. 다시 느껴서 행복했다. 매력적이다.

평소에는 주위의 환경이나 구조물들에 몸을 댈 일이 없는데 그런 곳들에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도를 할 때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달라지는게 있고 몸에 익고 배움이 있는 건 즐겁다. 특히 바닥을 안보고 앞을 보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고 내가 두려워한다는 걸 느꼈다. 몸 쓰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다른 참가자들 움직임에 지지가 되어주었던 것들도 협력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 참가자 후기 중



문화비축기지의 수 많은 벽들을 차고, 넘으며 그 과정에서 드는 이야기들을 쓰고 나누어보았습니다.


벽을 넘는다는 말에 무조건 신청했다. 현장접수. 그런데 눈치를 보니 무슨 운동인가보다. 운동화를 신고 왔는지 확인했다. 티비에서 본적 있는 것 같은데.. 장애물 넘기? 악! 나는 무릎 관절염이지만 도망가기엔 늦었다. 일단 무조건 고! 벤치 넘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자유로웠다. 몸은 불편하고 마음대로 잘 안되는데 내 몸과 화해하기 시작했다. 뻣뻣하고 아픈 내 몸이 이렇게 저렇게 말을 한다. 여기, 저기, 이렇게 말을 건다. 벽을 오르라는데 이거 진짜 벽이다. 맨 마지막까지 나만 남는다. 주저하고 겁이 나는데 못할 것 같지만 오기가 났다. 그냥 매달리기만 3번이상. 그래도 두 번 올라갔다. 바지가 찢어져도 난 무조건 기쁘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

벽을 넘을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벽은 나를 도와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고, 벽을 넘는 행위 자체는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벽을 넘으면서 생각보다 훌쩍, 이게 넘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이 있었는데 안 쓰고 있었구나. 하며 새로운 몸을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파트너와 동료들이 생긴 느낌이었다. 나의 도전 과정에서 곁에 묵묵히 있어줄 친구들 같고, 지지받는 느낌. 뒤에서 박수도 쳐 줘서 고마웠다. 즐거움을 표현해도 되는 안전한 공간이었다. 이제는 화장실을 갔다 오면서도 여기저기 넘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 참가자 후기 중



Story

"벽을 넘는 게 인생에 도움은 안 되지만 내 몸을 이해할 수 있고 사물과 관계맺기를 연습하는 방법이 될 수는 있습니다."


어머니가 보란 듯이 살라고 보란이라고 지어주셨습니다. 근데 보란 듯이 내 몸을 보여주는 것도 힘들었고 벽이랑 담을 보면 어릴 때부터 울었어요. 고소공포증도 있어서 일단 압도부터 당하고 완벽하게 해내야겠다는 강박도 있어서. 최근 의식적으로 여성성을 지우고 탈코를 하면서 내 몸이 편안한 걸 조금 씩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 몸 안에 있는 완벽함을 포기하지 못하면 안되겠다 싶기도 했어요. 

피하고 싶은 마음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다 보니 호기심은 있었지만 워크샵 참여하기 전에는 솔직히 겁이 났습니다. 남들은 휙 넘는데 나만 뒤떨어질까 싶어서. 그런데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월담도 시도하게 되고 뒤에서 박수소리도 나고 하니까 즐겁고 안전한 느낌이 났습니다. 땀을 흘리니 몸도 가볍고 사람들의 눈빛과 손의 온기를 느끼니 내가 조금 더디긴 하지만 지지 할 곳을 찾아 새로운 곳에 나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