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생존을 위한 놀이 클럽 : 농구

경기장을 찢고 나온 농구


농구 클럽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농구는 누구나 한번쯤 해봤거나, 구경해봤거나, 아니면 들어본 적이라도 있는 익숙한 스포츠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가지고 있는 경험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월담의 구성원인 월담이 3명만 해도 농구와 맺고 있는 관계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학교 농구팀에 들어가 경기까지 해봤던 사람, 체육시간 농구 선생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시키기만 해서 농구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져 버렸던 사람, 농구를 아예 해본적도 없는 사람까지.

월담이들 뿐만 아니라 모두가 농구와 다른 관계를 맺고 있을거라는 전제 하에, 어떻게 하면 다른 맥락을 가진 월담이 세명 모두 즐겁게 농구공과 놀고, 농구 게임을 할 수 있을지 찾아가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통해 튀기고, 던지고, 굴리며 농구공을 탐색하고, 원하는 규칙을 더하고 빼가며 발견한 재미난 요소들을 가득 담아 농구 클럽을 준비했어요! 시원하게 부는 바람과 함께, 이촌한강공원에서 놀이 클럽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첫번째 활동은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리듬에 맞춰 공을 누르며 바운스하기. 음악에 맞춰 파트너가 잡고 있는 공을 퉁퉁 누르면 파트너가 다시 올려주는 것을 반복하며 '공을 눌러준다'는 감을 찾아보는 놀이입니다. 어깨나 팔에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몸 전체를 위아래로 바운스하며 공을 미는 연습을 했어요. 공을 아래로 치는 게 아니라 땅에게 힘껏 '밀어줄 때' 공이 잘 튀긴다는 걸 배웠습니다. 여유롭고도 신명나게 리듬을 타니 흥이 올라오고 몸이 깨어나는 게 느껴졌어요.



이어서 혼자 드리블을 해 보았습니다. 잘 하기 위함 보다는 드리블은 리듬 그 자체임을 만끽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을 무릎 밑에서 낮게 자주 튕겨보기도 하고, 리듬을 바꿔 머리 위까지 높이 띄워 천천히 튕겨보기도 했어요. 내 안에서 리듬을 만들고, 농구공과 합을 맞춰보고, 농구공의 리듬을 따라 예상치 못했던 변주도 해보고! 수비수를 제치고 나아가는 화려한 기술로서의 드리블도 좋지만, 압박 없이 공과 친해질 수 있게 해주는 드리블도 참 좋더라고요. 공과 서로 아직 조금은 어색하지만 반갑게 인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드리블을 하면서 공이 손을 떠날 때 손끝의 미세한 방향에도 영향을 받아 그리로 나아가는 민감함, 그리고 손가락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급해져 공을 때리고 있지는 않은지, 상호작용 속에서 내 몸과 손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바로바로 보여 주는 것이 공의 특별한 점이었어요. 빠르게 여기저기 튀는 공에 대응하다 보면 몸을 잊게 될 때가 있는데, 동시에 공이 거울처럼 몸을 비추어 주어서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또 재미있습니다. 



공이 일직선이 아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갈 수 있게 손끝으로 스핀 하며 공을 하늘에 띄워보기도 하고, 상대의 이름을 부르며 농구공을 패스하고, 패스하는 공을 중간에서 낚아채고, 팀을 나눠 상대팀에게 뺏기지 않게 공을 주고받아 보기도 했습니다. 낯선 몸으로 만나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름을 불러 줄 수 있게 되고, 공과도 많이 친숙해진게 느껴졌어요.



다음으로는, 가히 농구 캐미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일명 ‘노룩 패스’를 마음껏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파트너와 함께 도전해보고 싶은 모든 노룩 패스를 해보았어요. 앞으로 드리블을 하다가 무심히 옆으로 패스 하기를 시작으로 다리 사이로 패스하기, 등 뒤로 팔을 감아 패스하기, 머리 뒤로 패스 하기까지… 상상만 해도 재미있지만 해봤을 때 느껴지는 쾌감과 짜릿함은- 훨씬 크더라고요ㅎㅎ 재미나고 대담한 시도들에 와르륵 웃으며, 공이 어디로 가든 받아내주는 파트너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모인 이들이 만드는 농구 게임

마지막으로, 두 팀으로 나누어 4:4 농구게임을 했습니다. 팀당 한 명씩은 관찰 및 쉬는 역할로, 팀 내에서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도록 했어요. 게임 시작 전, 함께 룰을 만들었습니다.


  • 백보드 중간에 흰 선으로 그려져있는 네모 안쪽만 맞춰도 1득점
  • 골을 넣으면 상대팀에게 공 넘겨주기
  • 공을 가지고 달려가는 행위는 '양심적'으로 적당히


‘공을 멀리 던져 골대를 넘기면 1득점’ 규칙도 넣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공이 다 날아가서 경기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에 보류해두고 전반전 5분, 후반전 5분의 시간을 정해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패스하고, 몸으로 막고, 공을 낚아채고, 슛하고… 정말 열띤 경기가 펼쳐졌어요. 수비수가 공격수를 잡고 레슬링 하듯 엉켜있기도 하고, 손을 한껏 뻗고 붕붕 휘두르며 공을 잡은 사람 시야를 다 가려버리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 작은 틈으로 공을 패스해 보기도 하고… 서로 격려하고 환호하며 모두가 백보드를 맞추고, 슛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갔습니다. 다 같이 몰입하여 뜨겁게 함께 뛰는 강렬한 시간이었어요.



헉헉, 숨이 차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누군가의 “근데 우리 시간 지난 거 아니에요?” 하는 말에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전반전 15분이 지나있었어요. 으아 그랬구나-! 모두가 k.o되어 바닥으로 내려가 전반전 만으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재밌게 놀때는 시간이 최소 세 배 정도 빠르게 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몸으로 실감하게 되더라구요. 함께 만든 활기와 열기를 몸에 담고, 유독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장을 닫아주었습니다.



“농구가 규칙이 진짜 많더라고요. 막 이거 하면 안되고, 저거 하면 안되고. 경기를 하다보면 하고 싶은데 속상한거에요. 그런데 생위놀에서는 룰을 바꿀 수 있는 게 좋았어요.”

“평소에 농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 한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놀이를 한다고 해서 신청했어요. 긴장 내려놓고 놀이에 참여한 느낌. 재밌었어요. 정말 생각보다 훨씬.”

“너-무 재미있었어요. 농구를 하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사람 수 모으기가 어려워서 잘 못했었거든요. 그리고 준비를 너무 잘해 주셔서 좋았어요.”



지금 내 몸 그대로 갈 수 있는 곳. 함께 만나 움직이며 활력을 만드는 곳. 즐겁고 안전한 놀이 문화를 만드는 생존을 위한 놀이 클럽은 4월에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