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맞닿아 오롯이 느끼면서 필요한 공감과 지지, 돌봄과 연대를 요청하고
또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합니다.
어느덧 마지막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평소 말할 때는 말이 바람처럼 흐르고 흩어지는 듯 해 그리 어렵지 않은데, 이렇게 기록으로 말할 때는 시작 선에서부터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며, 꾹꾹 눌러쓰게 됩니다. 글쓴이가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수많은 공백, 고뇌와 수정의 시간을 살피게 됩니다. 한 문단, 한 페이지를 읽는데 수 개월, 수 년이 걸리는 과정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몸을 읽는 데에는 더더욱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빠르게 진단하고 증상을 단편적으로 억제하려는 의료진들의 행태를 '고압적인 속도'라는 키워드로 짚어냈는데요, 사회 곳곳에 만연한 '고압적인 속도'는 의도하지 않는 결과들을 낳고, 이 부작용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구 전체가 온몸으로 짊어지고 갑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대중매체로 회자되어야만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몸과 맞닿아 있다면 누구나 느낄 수 있지요. 몸과 단절되어 병든 시스템에 순응과 적응, 혹은 성공을 요구하는 관성이 나 자신과 타인을 너무 몰아치고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몸과 맞닿아 오롯이 느끼면서 필요한 공감과 지지, 돌봄과 연대를 요청하고 또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합니다.
움직이는 동료가 하나 둘 생기고, 함께 움직이는 시간이 쌓이면, 관계 간에 몸의 돌봄과 움직임이 포용되고 환영받는 문화가 조금씩 자리잡힙니다. 그 새로운 관계와 문화의 힘이 놀랍게도 몸에 서서히 배게 됩니다. 움직임을 경계하고 제한하는 문화, 몸의 돌봄을 아웃소싱하고 무력한 소비자를 양산하는 구조, 숨쉬는 것조차 어렵게 하는 기존 시스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용기가 서서히 피어나기를, 그리고 일상 곳곳에 스며들기를 소망합니다.
[해설 영상] 움직임레터 #3: 살아 움직이는 뿌리 - 발 마사지
월담의 움직임레터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움직임을 영상과 글, 그림으로 전하는 실험 속에서, 많이 도전하고 또 배웠습니다.
핸드북에는 레터에 나왔던 움직임 8개를 뽑아 상황별로 정리해 보았어요. 꺼저가는 몸을 깨우고 싶을 때, 딴딴한 허리에 마사지가 필요할, 하루에 휩쓸려 나 자신을 잃어갈 때 등 일상에서 움직임이 필요한 때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상황들이 움직임의 가치나 쓰임을 대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움직임들도 있고요. 움직이다 보면 움직임이 여러분만의 고유한 맥락으로 스며들고, 여러분만의 움직임 스토리가 생겨날 겁니다. 이 작은 핸드북을 마음껏 수정하고 확장해 나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