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와 양분을 얻기 위한 '영양'을 외부로 아웃소싱할 수밖에 없을까요? 

필요한 에너지와 양분을 우리 생명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요? 

가장 근본적인 영양(nourishment)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바로 '움직임'과 '관계'입니다. 



영양 보충 하면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건강식, 영양제, 주사..?  몸을 챙기려 하면 급한 마음에, 절박한 마음에, 혹은 습관처럼, 살 수 있는 물질이나 서비스를 검색합니다. 손가락으로 오만것을 살 수 있는 시대이지만, 돈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됩니다. 몸을 간과하거나 무시했던 시간, 억누르고 혹사시킨 시간은 몸에 고스란히 쌓이기 때문입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과 크기로 소리치고 있지요.


몸은 기계가 아니기에, 간단한 공식으로 돌아가지도, 인풋-아웃풋 관계로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몸은 너무도 복잡다단하고 신비한 생태계, 몸 하나하나가 고유한 우주이기에, 자신감(혹은 오만함) 넘치는 의사도 언제까지나 추측할 뿐입니다. 만약 몸에 대해 단순하고 명쾌한 답변을 내놓는다면, 분명 의심해 봐야 합니다! 단편적인 '사실'(혹은 '팩트'의 탈을 쓴 거짓)을 복잡한 진리의 요약본인 양 부풀리거나 왜곡한 것일 겁니다. 건강, 웰빙, 의료 상품을 파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잘못이지요.   


움직임은 여러 종류와 방식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을 깨워서 에너지를 만들고 순환시키는 일입니다. 


흔히 뇌만 의식이 있다고 오해하지만, 뇌가 인지하거나 통제하지 못해도 세포 간의 수만가지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 오가며 '지금의 몸'을 구성합니다. 수 조개의 세포들이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고, 새로운 경험으로부터 배우며, 미래의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우리가 움직이며 온몸을 깨우고, 온몸으로 대화를 나누는 연습을 하면, 몸 곳곳에서 새로운 배움과 동력이 일어나지요. 스스로 아픈 곳을 치유하고 활력을 양산하는 '변화'의 시작입니다. 


도시에 살면서 숨막히고 힘겨울 때가 많지만, 여전히 움직임으로 바라보고 만나다 보면 새로운 공간,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고, 새로운 놀이와 관계가 피어나고, 일상을 보내는 방식도 꾸준히 변화합니다. 


몇 년 전 하루 대여섯잔씩 수시로 들이키던 커피는 수시로 일어나 몸을 털어주고 호흡하는 시간으로 대체되고 있고요. 뻣뻣하게 빠른 속도로 해치우고 싶던 괴로운 설거지 타임도 바운스하는 무릎과 부드럽게 회전하는 어깨로 우아한 댄스 타임이 되고 있습니다. 툭하면 배달 음식으로 때우고 스스로를 달래던 습관도 몸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현저히 옅어졌습니다. 동료의 반려견과 두발 혹은 네발로 놀며,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해설 영상] 움직임레터 #4: 일상을 바꾸는 움직임 스낵

이번 레터 작업을 하면서 드디어 가족과도 함께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주말에 만나는 가족은 요즘 저와의 '체조' 시간을 기다린다 합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 날 몸 컨디션에 톡톡히 영향을 준다고요. 이제는 제가 없어도 함께 했던 기억으로 요리조리 움직여 본다 하셔요. 


여러분께도 움직임이 일상 속 소소하지만 영양가 있는 간식이자 약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