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들 - 김소영, 김윤일






검은 공간 의자 두 개가 마주 보고 놓여있다

한 의자에 여자 구부정하게 앉아 있다

맞은편 빈 의자에 핀 라이트 조명 쏜다

상담사 내담자에게 걸어가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 곤란한 얼굴을 하고 빈 허공을 바라본다

뭐라고 말해요? (사이) 대충 7살이요. (사이) 아 앞을 보고요?


넌 기다렸다. 도착하는 사람을. 모든 끝을. 쌀을 사인펜으로 칠하며 논 적이 있다. 파란 쌀을 잔뜩 만들어 창밖에 뿌렸다. 도착하는 사람들은 밖에 떨어진 쌀을 의아해했다. 시간의 흔적인 줄은 아무도 몰랐다. 요구르트랑 우유를 섞어 마셨다. 살굿빛의 액체. 아크릴 물감을 칠할 때는 꼭 흰색을 섞어야 한다. 그래야 캔버스 천이 비치지 않고 빽빽하게 채워진다. 그때 너에게 흰색은 필요 없었다. 투명하게 보여야 했다. 비워져 있어야 했다. 정수리에서 나는 달큰하고 비릿한 냄새. 뒤척일 때마다 들러붙는 앞머리. 오른발에 신겨진 왼쪽 신발. 게워 낸 카레. 다 듣고 있던 작은 귀를 누군가는 목격했어야 했다.

너랑 같이 놀면 좋았을 친구를 찾아다닌 적 있다. 그러면 그렇게 각자 혼자 노는데 상상력을 다 써버리지 않았을 거라고. 엉뚱하게 꿰맞춰진 레고 블록과 다른 타이밍에 쓰러져 버린 도미노 앞에서 방법을 찾는 대신 흐트러트리고 잠들어 버리는 단순함을 배웠을 거라고. 좋으면 좋은 것. 슬프면 슬픈 것. 억울하면 억울한 것. 어떤 감정은 선형적으로 흐르고 너는 그저 친구 입에 팝핑 캔디를 부어주고. 그럼 꼭 물이 많은 곳에 도착했다. 곳곳에서 고인 것들이 바짓단을 적셨다. 아슬아슬하게 물이 들이치는 위치에서 네 가족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거기에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이리로 오라고 손짓했고 나는 일제히 바짓단에 들러붙는 모래를 느끼며 걸어갔다. 5초 남았어! 그건 너무 가혹했고 나는 친구 곁에 도착할 수 없다고 믿었다.


(사이)


아직도 열쇠를 쓴다. 집이 가까워지면 가방 안 열쇠 자리를 더듬거린다. 있는 줄 알면서도 없을 것을 대비한다. 하수구에 열쇠가 빠질 것을 대비한다. 반나절 닫혀 있던 방문을 열면 조금씩 없어져 있다. 컵에 따라 놓은 물 화장솜에 묻혀 놓았던 스킨 쪼그라드는 귤. 뭔가를 더하는 건 나뿐이다.

얼마간의 기다림

상담사 반대편 의자 가리키며 자리를 바꾸라고 한다

여자는 천천히 움직인다

당신의 의도는 진작에 파악됐다고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것보단


내게 말을 걸어봐

초콜릿을 잔뜩 먹고 자더라도 이가 썩지 않는 법을 알려 줄게

간지러운 것은 그대로 두지 마

피가 나게 긁어도 시원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어쩌다 생긴 딱지는 떼어버려 그것보다 참아야 할 게 훨씬 더 많으니까


여자는 반대편에 미끄러지듯 앉으며

아까보다 의자가 좀 더 높아졌음을 느낀다

달랑거리는 다리

톡톡 터지는 소리

어림도 없지, 미소를 지으며


조명 어두워진다


2025 ⓒ Taile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