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머리가 아닌, 몸의 감각과 상호작용으로 성평등한 문화를 배우고 싶다
밀양은대학은 스스로가 원하는 삶의 가능성을 현재 살고 있는 경남 지방에서 키워나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입니다. 3개의 학부 아래 5개의 학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결하는 기획학부 : 연결기획학과, 환대하는 로컬학부 : 자기탐색학과, 몸으로 배우는 성평등학과, 매력적인도시학부 : 변화를 만드는 지도학과, 공동체 미디어학과). 변화의월담은 그 중 환대하는 로컬학부의 '몸으로 배우는 성평등학과'를 운영하며 학과 입학생들과 밀양시의 공간에서 오프라인으로 4번, 온라인으로 2번 만납니다. '몸으로 배우는 성평등학과'에서는 몸으로 느끼는 성평등 감수성을 통해 내 몸에 오랜 기간 배인 차별과 폭력의 경험을 돌아보고 언어로 발화하며, 함께 돌봄과 연대를 나누는 학습 공동체를 경험하는 장입니다.
협업처 : 밀양소통협력센터
교육기간 : 2024년 11월 23일 ~2025년 2월 22일
회차 : 오프라인 4회, 온라인 2회 총 6회차
Background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와 사유는 적지 않은 현실입니다. 그러나 아는 것과 몸으로 체득해 행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라는 것을 많은 몸들을 만나며 느꼈습니다. 이 장에서는 이렇게 겉도는 말과 헛도는 생각을 넘어 몸의 관점에서 삶과 사회 환경의 지속 (불)가능성을 사유하고 실천하는 힘을 기르는 경험적 교육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통해 젠더, 나이, 종 등의 사회적 카테고리를 넘어, 다양한 몸들이 서로 존중, 돌봄과 연대를 나눌 수 있는 감수성, 신체 지능과 창의력을 기르는 학습 공동체를 구현했습니다.
Keyword
성평등, 해방, 소통
Curriculum
1박 2일 간 하루 종일 만나며 나에게 올라탄 이야기, 역할, 젠더, 나이 등 나를 정의내리는 모든것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몸이 되어보는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충분히 놀이하고 느끼며 오로지 몸만 남아 피어오르는 느낌들을 알아차리고 몸에 어떤 감정, 서사, 억압, 욕구.가 쌓여있는지 발견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나눈 모든 움직임, 텍스트, 시간들은 나와 내 몸, 내 삶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어 사유의 귀한 재료가 될 것입니다.
먼저 우리 몸의 베이스, 든든한 뿌리가 되는 발 마사지로 장을 열었습니다. 늘 온몸을 지탱하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주느라 고생하지만 쉬이 어루만져주지 못하는 발을 살피고 늘려주며 세상에 뿌리내리는 감각을 살리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를 포함해 아끼는 이에게 매일 선물할 수 있는 일상적 돌봄이기도 합니다.
발 마사지로 아침을 시작하며 ‘내가 언제 이렇게 나를 어루만져 주며 살기를 했던가!’ 더듬어 생각해봤다. 얼굴에 마사지 할 때 말고는 스스로를 정성껏 돌봐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남 앞에 맨발을 내놓는게 조금은 부끄러웠던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또는 가리는 것 없이 내 맨발을 쓰담쓰담하며 나를 어여삐 여기는 따뜻한 손길로 오늘도 즐겁기만 하다.발톱 깎을 때 말고는 내 발을 이렇게 오래 바라보고 만져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 참가자 몸일지 중
예쁘게 낙엽이 진 야외로 나와 깨워준 발로 불규칙하게, 우연히 떨어진 태권도끈 사이사이를 다양한 스텝으로 밟으며 탄력적으로 움직여봅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의 탄력성과 온 몸의 리듬을 깨웁니다. 발의 모든 면적이 다 땅에 닿을 수 있도록, 팔을 잡고 있다면 팔도 움직이며 역동을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새로운 스텝, 새로운 방향, 속도의 변주를 시도해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평소 내가 갇혀있는 패턴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지 발견하고 깨보는 방향으로 몸과 상호작용을 실험해보기도 합니다.
한 발로 땅을 딛고 서서 흔들리는 균형을 몸으로 느껴봅니다. 늘 균형은 저울처럼 고요한 상태라고 생각해왔는데, 쉼 없이 흔들리지만 뿌리뽑히지 않는 감각이 균형이며 살아있는 역동적인 균형의 상태라는 것을 직접 몸으로 경험해봅니다.
골반을 들어 다리를 몸 바깥으로 털어내며 다리와 고관절에 쌓인 긴장을 풀어주기도 해봅니다.
이번에는 태권도 끈으로 파트너와 연결된 채 지지를 받으며 어깨와 고관절을 깊숙이 돌리고 접어봅니다.
'날개뼈'라고 불리며 매일 짐과 압력을 지고 사는 어깨와 의자에 묶여있고, 감정이 깊게 쌓이는 고관절을 시원하게 열어봅니다.
움직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나이, 계절, 통증, 감정을 넘나들며 현실을 전환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움직임이 강력한 이유는 지금, 내 몸으로 변화를 만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살아있는 몸은 움직인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어린아이들을 떠올려 보자.
자신을 사랑해 주고 보호해주는 존재에게 다가가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찬 세상 을 온몸으로 탐색한다.
관계 맺고자 하는 욕구,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따라 몸이 동하는 경험.
그런 움직임의 기억이 우리 모두의 몸에 새겨져 있다.
- 변화의월담, <우리는 모두 몸으로 일한다>
몸의 세 무게중심점인 머리-가슴-골반을 상대방이 움직여주며 몸의 연결성을 느껴봅니다. 그리고 다양한 놀이 속에서 승부/성과에만 매몰되어 있지는 않는지 세심히 돌아보고, 몸에서는 무엇이 느껴지고, 타인은 어떤걸 느끼고 있는지 살피는 감각을 놓치지는 않는지 살펴봅니다.
머리를 상대가 살짝 들어 움직이는 것으로 나의 어깨와 온몸은 완전히 해방되는 것 같았달까? 자유롭게 몸에 흐르는 느낌을 따라 관절을 의식하며 움직이는 것은, 어떤 스트레칭보다 시원하고 어떤 운동보다 흥미로웠다. 집에 가서 가족에게도 알려 주고 따로, 또 같이 해 보아야지.
- 참가자 몸일지 중
게임의 규칙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 나와 타인에게 느껴지는 '느낌'입니다.
승부를 떠나서 이 활동에서 서로가 성장하고 배우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이나 시각이 필요할까요?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금껏 내 몸의 관절의 움직임에 대해, 골반의 움직임, 어깨에 움직임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가. 문득 내 몸의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 자주 내 몸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발 마사지도 자주 해 줘야지. 앞으로, 옆으로, 뒤로 발차기도 해 줘야지.
내 몸을 통제하는 순간 내 안의 마음을 들여다 봐야겠다. 그리고 나의 주변의 환경을 살펴봐야겠다. 몸을 통해 타인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가까운 사람부터 몸의 언어에 촉각을 세워 보자.
- 참가자 몸일지 중
몸은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있는지, 아니면 비교당하고 평가당하고 있는지 귀신같이 알고 반응한다.
몸의 서열이 명확한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가 낮게 평가될 바에는 움직임 자체를 거부하는 게 낫다.
움직이기를 싫어하게 되는 건 타인의 시선과 판단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된다.
살아있는 모든 몸은 움직이지만, 움직임이 모든 몸에게 힘이 될 수 없게 된 이유다.
- 변화의월담, <우리는 모두 몸으로 일한다>
서로 몸으로 가까워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에는 섬세한 느낌으로 파트너의 몸과 경로를 읽으며 거리를 좁히는 '포옹에서 벗어나기', '포옹으로 들어오기' 활동을 해봅니다.
세상이 크다는 사실이 구원이 된다.
절망은 사람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우울함은 말 그대로 푹 꺼진 웅덩이다.
자아를 깊이 파고 들어가는 일, 그렇게 땅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 자신만의 이야기나 문제를 가슴에 꼭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는 탁 트인 곳으로,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양쪽 방향 모두로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가끔은 밖으로 혹은 경계 너머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풍경 안으로 들어온 광활함, 이야기로부터 당신을 끄집어내는 광활함이다.
-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주변의 환경을 탐색하며 넘어보기도, 걸어보기도 하며 나와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새롭게 움직이는 감각을 살려보기도 합니다.
모든 활동이 끝나고, 움직임과 함께 사유의 재료로 삼을 수 있는 텍스트를 나누고, 오늘의 경험을 글로 쓰는 몸일지 시간을 가졌습니다.
몸에게 묻는다. ‘어때? 좋았어?’
온 몸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오롯이 자신을 사랑해 줘서,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 한다.
몸이 말한다. ‘지금까지 관심 가져 달라고, 더 보살펴 달라고 통증으로 신호를 보냈었지만 그럴 때마다 덜 움직임으로 보살피는 방식은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맨발로 대지를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우주의 기운을 느끼는 것.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볼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것. 온 몸을 끌어안으며 체온을 느끼고 쓰다듬어 줌으로 내가 나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것…
가장 쉬운 일을 어렵게 어렵게 찾아왔다. 어렵게, 어렵게 느꼈던 가장 쉬운 일. 내가 나를,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일은 쉽다. 그러나 어렵다. 당연하지 않은 살아 있음에 대해 감사와 축복을 노을에 담는다.
- 참가자 몸일지 중
몸은 내 생각보다 많은 말을 하고 다양한 언어를 갖고 있었음을 느낀다. 편하다, 아프다, 노곤하다, 힘이 난다, 피곤하다 밖에 몰랐던 몸의 말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무릎을 굽히고, 어깨를 열고, 타인과 몸을 겹칠 때마다 몸은 다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듯 새로운 움직임으로 더 많은 말들을 몸에 습득하고 있다. 몸을 움직이며 그 말을 곱씹고 있다.
- 참가자 몸일지 중
우리는 고양이에게 움직이는 방법, 웅크리는 방법 등을 배워야 한다. 아주 영리한 몸 사용자 고양이에게 오늘부터 배워보자! 고양이를 억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긴 끈을 이용해 파트너와 의지하며 골반과 어깨 등을 풀어줄 때 파트너가 “완전히 기대세요. 저 잘 잡고 있어요.” 하시는데 ‘아! 맞다 내가 무의식 중에 자주 웅크리고 긴장하는구나’ 느꼈다.
- 참가자 몸일지 중
우리는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사랑하라고, 미워하라고, 두 눈으로 보라고 혹은 눈을 감으라고.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이야기가 우리를 올라탄다.
그렇게 올라타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찍질을 하고, 우리가 해야할 일을 알려주면,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그걸 따른다.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추고, 침묵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에 이름을 지어주고,
그런 다음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사진: 박혜정 <studio H> @hyejeong_photo
말과 머리가 아닌, 몸의 감각과 상호작용으로 성평등한 문화를 배우고 싶다
밀양은대학은 스스로가 원하는 삶의 가능성을 현재 살고 있는 경남 지방에서 키워나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입니다. 3개의 학부 아래 5개의 학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결하는 기획학부 : 연결기획학과, 환대하는 로컬학부 : 자기탐색학과, 몸으로 배우는 성평등학과, 매력적인도시학부 : 변화를 만드는 지도학과, 공동체 미디어학과). 변화의월담은 그 중 환대하는 로컬학부의 '몸으로 배우는 성평등학과'를 운영하며 학과 입학생들과 밀양시의 공간에서 오프라인으로 4번, 온라인으로 2번 만납니다. '몸으로 배우는 성평등학과'에서는 몸으로 느끼는 성평등 감수성을 통해 내 몸에 오랜 기간 배인 차별과 폭력의 경험을 돌아보고 언어로 발화하며, 함께 돌봄과 연대를 나누는 학습 공동체를 경험하는 장입니다.
협업처 : 밀양소통협력센터
교육기간 : 2024년 11월 23일 ~2025년 2월 22일
회차 : 오프라인 4회, 온라인 2회 총 6회차
Background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와 사유는 적지 않은 현실입니다. 그러나 아는 것과 몸으로 체득해 행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라는 것을 많은 몸들을 만나며 느꼈습니다. 이 장에서는 이렇게 겉도는 말과 헛도는 생각을 넘어 몸의 관점에서 삶과 사회 환경의 지속 (불)가능성을 사유하고 실천하는 힘을 기르는 경험적 교육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통해 젠더, 나이, 종 등의 사회적 카테고리를 넘어, 다양한 몸들이 서로 존중, 돌봄과 연대를 나눌 수 있는 감수성, 신체 지능과 창의력을 기르는 학습 공동체를 구현했습니다.
Keyword
성평등, 해방, 소통
Curriculum
1박 2일 간 하루 종일 만나며 나에게 올라탄 이야기, 역할, 젠더, 나이 등 나를 정의내리는 모든것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몸이 되어보는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충분히 놀이하고 느끼며 오로지 몸만 남아 피어오르는 느낌들을 알아차리고 몸에 어떤 감정, 서사, 억압, 욕구.가 쌓여있는지 발견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나눈 모든 움직임, 텍스트, 시간들은 나와 내 몸, 내 삶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어 사유의 귀한 재료가 될 것입니다.
먼저 우리 몸의 베이스, 든든한 뿌리가 되는 발 마사지로 장을 열었습니다. 늘 온몸을 지탱하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주느라 고생하지만 쉬이 어루만져주지 못하는 발을 살피고 늘려주며 세상에 뿌리내리는 감각을 살리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를 포함해 아끼는 이에게 매일 선물할 수 있는 일상적 돌봄이기도 합니다.
발 마사지로 아침을 시작하며 ‘내가 언제 이렇게 나를 어루만져 주며 살기를 했던가!’ 더듬어 생각해봤다. 얼굴에 마사지 할 때 말고는 스스로를 정성껏 돌봐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남 앞에 맨발을 내놓는게 조금은 부끄러웠던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또는 가리는 것 없이 내 맨발을 쓰담쓰담하며 나를 어여삐 여기는 따뜻한 손길로 오늘도 즐겁기만 하다.발톱 깎을 때 말고는 내 발을 이렇게 오래 바라보고 만져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 참가자 몸일지 중
예쁘게 낙엽이 진 야외로 나와 깨워준 발로 불규칙하게, 우연히 떨어진 태권도끈 사이사이를 다양한 스텝으로 밟으며 탄력적으로 움직여봅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의 탄력성과 온 몸의 리듬을 깨웁니다. 발의 모든 면적이 다 땅에 닿을 수 있도록, 팔을 잡고 있다면 팔도 움직이며 역동을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새로운 스텝, 새로운 방향, 속도의 변주를 시도해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평소 내가 갇혀있는 패턴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지 발견하고 깨보는 방향으로 몸과 상호작용을 실험해보기도 합니다.
한 발로 땅을 딛고 서서 흔들리는 균형을 몸으로 느껴봅니다. 늘 균형은 저울처럼 고요한 상태라고 생각해왔는데, 쉼 없이 흔들리지만 뿌리뽑히지 않는 감각이 균형이며 살아있는 역동적인 균형의 상태라는 것을 직접 몸으로 경험해봅니다.
골반을 들어 다리를 몸 바깥으로 털어내며 다리와 고관절에 쌓인 긴장을 풀어주기도 해봅니다.
이번에는 태권도 끈으로 파트너와 연결된 채 지지를 받으며 어깨와 고관절을 깊숙이 돌리고 접어봅니다.
'날개뼈'라고 불리며 매일 짐과 압력을 지고 사는 어깨와 의자에 묶여있고, 감정이 깊게 쌓이는 고관절을 시원하게 열어봅니다.
움직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나이, 계절, 통증, 감정을 넘나들며 현실을 전환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움직임이 강력한 이유는 지금, 내 몸으로 변화를 만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살아있는 몸은 움직인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어린아이들을 떠올려 보자.
자신을 사랑해 주고 보호해주는 존재에게 다가가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찬 세상 을 온몸으로 탐색한다.
관계 맺고자 하는 욕구,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따라 몸이 동하는 경험.
그런 움직임의 기억이 우리 모두의 몸에 새겨져 있다.
- 변화의월담, <우리는 모두 몸으로 일한다>
몸의 세 무게중심점인 머리-가슴-골반을 상대방이 움직여주며 몸의 연결성을 느껴봅니다. 그리고 다양한 놀이 속에서 승부/성과에만 매몰되어 있지는 않는지 세심히 돌아보고, 몸에서는 무엇이 느껴지고, 타인은 어떤걸 느끼고 있는지 살피는 감각을 놓치지는 않는지 살펴봅니다.
머리를 상대가 살짝 들어 움직이는 것으로 나의 어깨와 온몸은 완전히 해방되는 것 같았달까? 자유롭게 몸에 흐르는 느낌을 따라 관절을 의식하며 움직이는 것은, 어떤 스트레칭보다 시원하고 어떤 운동보다 흥미로웠다. 집에 가서 가족에게도 알려 주고 따로, 또 같이 해 보아야지.
- 참가자 몸일지 중
게임의 규칙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 나와 타인에게 느껴지는 '느낌'입니다.
승부를 떠나서 이 활동에서 서로가 성장하고 배우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이나 시각이 필요할까요?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금껏 내 몸의 관절의 움직임에 대해, 골반의 움직임, 어깨에 움직임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가. 문득 내 몸의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 자주 내 몸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발 마사지도 자주 해 줘야지. 앞으로, 옆으로, 뒤로 발차기도 해 줘야지.
내 몸을 통제하는 순간 내 안의 마음을 들여다 봐야겠다. 그리고 나의 주변의 환경을 살펴봐야겠다. 몸을 통해 타인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가까운 사람부터 몸의 언어에 촉각을 세워 보자.
- 참가자 몸일지 중
몸은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있는지, 아니면 비교당하고 평가당하고 있는지 귀신같이 알고 반응한다.
몸의 서열이 명확한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가 낮게 평가될 바에는 움직임 자체를 거부하는 게 낫다.
움직이기를 싫어하게 되는 건 타인의 시선과 판단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된다.
살아있는 모든 몸은 움직이지만, 움직임이 모든 몸에게 힘이 될 수 없게 된 이유다.
- 변화의월담, <우리는 모두 몸으로 일한다>
서로 몸으로 가까워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에는 섬세한 느낌으로 파트너의 몸과 경로를 읽으며 거리를 좁히는 '포옹에서 벗어나기', '포옹으로 들어오기' 활동을 해봅니다.
세상이 크다는 사실이 구원이 된다.
절망은 사람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우울함은 말 그대로 푹 꺼진 웅덩이다.
자아를 깊이 파고 들어가는 일, 그렇게 땅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 자신만의 이야기나 문제를 가슴에 꼭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는 탁 트인 곳으로,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양쪽 방향 모두로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가끔은 밖으로 혹은 경계 너머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풍경 안으로 들어온 광활함, 이야기로부터 당신을 끄집어내는 광활함이다.
-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주변의 환경을 탐색하며 넘어보기도, 걸어보기도 하며 나와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새롭게 움직이는 감각을 살려보기도 합니다.
모든 활동이 끝나고, 움직임과 함께 사유의 재료로 삼을 수 있는 텍스트를 나누고, 오늘의 경험을 글로 쓰는 몸일지 시간을 가졌습니다.
몸에게 묻는다. ‘어때? 좋았어?’
온 몸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오롯이 자신을 사랑해 줘서,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 한다.
몸이 말한다. ‘지금까지 관심 가져 달라고, 더 보살펴 달라고 통증으로 신호를 보냈었지만 그럴 때마다 덜 움직임으로 보살피는 방식은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맨발로 대지를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우주의 기운을 느끼는 것.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볼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것. 온 몸을 끌어안으며 체온을 느끼고 쓰다듬어 줌으로 내가 나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것…
가장 쉬운 일을 어렵게 어렵게 찾아왔다. 어렵게, 어렵게 느꼈던 가장 쉬운 일. 내가 나를,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일은 쉽다. 그러나 어렵다. 당연하지 않은 살아 있음에 대해 감사와 축복을 노을에 담는다.
- 참가자 몸일지 중
몸은 내 생각보다 많은 말을 하고 다양한 언어를 갖고 있었음을 느낀다. 편하다, 아프다, 노곤하다, 힘이 난다, 피곤하다 밖에 몰랐던 몸의 말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무릎을 굽히고, 어깨를 열고, 타인과 몸을 겹칠 때마다 몸은 다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듯 새로운 움직임으로 더 많은 말들을 몸에 습득하고 있다. 몸을 움직이며 그 말을 곱씹고 있다.
- 참가자 몸일지 중
우리는 고양이에게 움직이는 방법, 웅크리는 방법 등을 배워야 한다. 아주 영리한 몸 사용자 고양이에게 오늘부터 배워보자! 고양이를 억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긴 끈을 이용해 파트너와 의지하며 골반과 어깨 등을 풀어줄 때 파트너가 “완전히 기대세요. 저 잘 잡고 있어요.” 하시는데 ‘아! 맞다 내가 무의식 중에 자주 웅크리고 긴장하는구나’ 느꼈다.
- 참가자 몸일지 중
사진: 박혜정 <studio H> @hyejeong_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