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생존을 위한 놀-이 클럽: 퀴디치

놀이가 삶에 들어올 때  


1월 생존을 위한 놀-이 클럽을 마치고, 월담이들은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함께 놀자~ 손내밀면 짝! 하고 잡아주는 이들이 있구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해줄 놀이를 계속 해갈 수 있겠구나'

'함께 만드는 활력은 정말 파워풀하구나!'    


에너지를 나누며 뛰논 경험은 '즐거운 몸의 기억'이 됩니다. 한달을 살아내며 때때로 놀이 클럽의 사진만 봐도 웃음이 났어요. 그리고 그 기억들이, 짧은 시간이어도 일상에서 이렇게 저렇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내 몸 그대로 만나 뛰놀며 몸을 '살려'보자고 꾸렸던 장이, 이름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의 생기가 되어줌을 느끼며 흥겹게 2월의 놀이클럽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몸을 살리는 퀴디치



2월에는 어떤 놀이 동료들을 만나게 될까, 그들과 무얼하며 들판을 누벼볼까! 해보고 싶었던 놀이를 마구 꺼내놓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흥미진진한 기획 회의 끝에 정해진 2월의 놀이 주제는 '퀴디치' 입니다. 해리포터 영화를 보신 분들은 귀가 쫑긋 하실텐데요, 마법사들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펼치는 그 퀴디치 경기, 맞습니다! 생위놀 퀴디치는, 기존 퀴디치 룰을 변형하거나 새로 추가해 누구도 빠지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서 놀이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월담이들의 논의를 거쳐 새롭게 탄생한 생위놀 퀴디치 룰.


혹시 눈치채셨을까요? 생위놀 퀴디치의 또 한가지 특징은 '종을 뛰어넘은 장'이라는 것입니다! 획득시 고득점이 가능한 작은 공 '골든스니치'를 월담의 반려견 '송이'가 등에 달고 가디언과 함께 신나게 산책을 나서면, 수색꾼들이 쫓아가 송이의 '견권'을 해치지 않으며 골든스니치를 가져와야하는 룰을 만들어 장을 한층 생기넘치게 만들었어요.


 등에 골든스니치를 단 월담의 반려견 송이. '골든송니치'로 활약했다.


반려견을 놀이의 장에 초대하는 일은 월담이들에게도 도전이었습니다. 그래도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도전을 해보는 전제를 가진 생위놀이기에, 조심스레 전에 없는 장을 시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변화의월담이 백관 파이프와 플라스틱 파이프를 활용해 직접 제작한 퀴디치 골대. 



돌아온 넷째주 토요일!


송이의 격한 경계와 환영(!)을 받으며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서로의 몸과 마음을 깨워주기 위해 한손에 쏙 들어오는 말랑한 플레이볼을 주고받으며 장을 열어주었어요. 정확하게 공을 잡고 못잡고 보다 고양이가 된 듯, 새가 된 듯, 공을 따라 다양하게 움직이는 것에 집중하며 몸을 열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파트너가 큰 원을 그리며 플레이볼을 돌려주면, 돌아가는 플레이볼을 탁, 낚아채는 놀이가 이어졌습니다. 날 기다려주지 않고 씽씽 돌아가는 공을 파악하며 처음에는 눈만 열심히 따라가다가, 손도 한 번 뻗어보고, 나중에는 발까지 뻗어보게 되더라고요! 한동안 시각을 중심으로 써오던 감각이 서서히 촉각, 움직이는 감각으로 확장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퀴디치의 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 '빗자루(막대기)'를 다리 사이에 두고 경기를 진행한다는 점일 겁니다. 그 막대기와 관계를 쌓기 위해 '막대기 균형잡기' 놀이를 했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막대기가 손바닥 위에 서있을 수 있으려면, 막대기가 가는 방향으로 빠르게 같이 가 주어야 했어요. 



막대기와 춤을 추듯 움직이다보니 발빠르게 잔 스텝을 밟고 있는 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하루 몇 보 달리기, 경보로 걷기 등을 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활기와 웃음기를 머금고 말이에요. 너도나도 이리저리 오가며, 들판을 우리의 발자국으로 채워갔습니다.



이제, 다함께 본격적으로 막대기를 타 보았습니다! 퀴디치에는 두 종류의 공이 있는데요, 1) 피구처럼 던져서 상대편을 맞춰 일시 아웃 시키는 말랑한 '벽공'과 2) 벽공을 쳐낼 수 있으며, 상대편의 골대에 골인하면 점수를 획득하는 '슛공' 입니다.  



막대기를 다리 사이에 둔 채 파트너와 벽공을 주고받았습니다. 막대기와 공을 동시에 다루는 건 쉽지는 않았지만, 머글(마법사가 아닌 인간)에서 마법사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만 같아 괜히 신이 났어요. 공이 날아오는 순간, 막대기를 다리로 붙잡고 두 손으로 공을 잡기도 하고, 한손은 막대기를, 한 손으로는 공을 잡게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날아오는 벽공을 슛공으로 튕겨내기도 해보았어요. 마치 손이 네개가 된 듯, 전신 풀 무브!  


 

막대기를 타고 날아가듯 점프하는 파트너와, 숨이 찬데도 공을 따라 열심히 달려가는 나를 보며 웃다보니 공도, 막대기도 손에 익고 몸이 많이 깨어났습니다. 드디어 그리핀드로와 슬리데린으로 팀을 나눈 퀴디치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준비, 시-작!


경기가 시작되면 재빨리 달려가 공을 잡고 플레이!


서로에게 공을 패스하고, 상대를 공격하고, 공격을 막아주고, 골대를 지키고, 산책나선 '골든송니치'를 찾아다니고... 우르르르, 우당탕탕, 깔깔깔, 슛-! 월담이들의 예상보다도 훨씬 열띠고 적극적인 게임이 펼쳐졌습니다. 드넓은 야외를 온몸으로 마음껏 누비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했는지 몸들이 얘기해 주는 것 같았어요. 



가쁜 호흡과, 흐르는 땀과, 힘이 풀리는 다리,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달리게 되는 순간. 와우. 최근 기억 중 가장 격하게 논 현장 이었어요. 어디에 이런 에너지가 숨어있었지? 연신 놀라며, 함께 모인 12명(송이 포함)이 누구도 빠짐없이 온몸을 다해 진하게 놀았습니다.

 



두번째 게임을 마치고 바닥으로 화악, 모든걸 내려놓고 드러누웠어요.



"뛰는 거에 너무 자신이 없었는데... 외투를 다 벗어도 온몸이 뜨거울 정도로 뛰어다녔어요"


"너무 개운했어요. 피가 한번 쫙 뜨겁게 돌고 전신이 시원하게 풀려서 좋았어요"


"앉아서 공부하고 쓰는 생활을 하다보니 몸이 죽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깨우고 싶어서 참여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송이도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종을 뛰어넘어 함께 섞일 수 있는 장이 신선하고 좋았어요."



여한없이 뛰놀며 서로를 놀이의 한 가운데로 끌고와준 모든 참가자들. 자기소개나 통성명이 없어도 몸으로 만나 관계를 쌓고, 상대의 몸을 살피고, 놀며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이들을 만난 것이 참 기뻤습니다. 함께 만든 활력을 몸에 듬뿍 담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2월 생존을 위한 놀-이 클럽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지금 내 몸 그대로 갈 수 있는 곳. 함께 만나 움직이며 활력을 만드는 곳. 즐겁고 안전한 놀이 문화를 만드는 '생존을 위한 놀이'는 3월에도 계속됩니다.


🤸‍♂️ 2월 생위놀에는 '팝콘뉴스'의 권현정 기자님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직접 놀이에 참여해 같이 뛰놀고, 현장을 정성스러운 기사로 담아주셨어요. 현정님의 숨결과 땀방울, 굉장한 디테일이 담긴 글은 여기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